1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등 단체 관계자들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1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등 단체 관계자들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 문재인 전 대통령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2019년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당시 통일부가 나포 어선에서 혈흔을 발견했다고 했지만, 당시 현장에 파견된 정부 검역관은 선박을 소독하는 과정에서 혈흔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정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통일부의 ‘혈흔 발견’ 발언은 이들 탈북 어민들이 선상에서 16명의 동료 선원을 살해했다는 정황증거로, 이들의 북송을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됐다.

그러나 실제로 혈흔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을 엽기적 살인마로 몰아 강제 북송하는 것은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9년 11월 8일 김은한 당시 통일부 부대변인은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혈흔이나 DNA가 확보됐나’ 질문에 "혈흔 같은 것이 어느 정도 배 안에 그러한 흔적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18일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아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9년 11월2일 오전 10시20분 국정원으로부터 북한어선 대상 소독 및 검역 협조요청을 받고, 오후 1시45분부터 2시30분까지 45분간 탈북어부 2인을 소독했다. 이후 오후 7시15분부터 10시까지 165분간 북한 어선을 검역 및 소독했다.

해당 어선을 소독한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관은 안 의원실의 ‘혈흔 목격’ 확인 요청에 "없다"고 밝혔다. 당시 출동한 동물검역관은 3명인데, 퇴사한 2명 외 1명에게 확인한 내용이라고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덧붙였다. 또 선박 안에 칼이나 도끼 등 흉기로 사용될만한 날붙이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해당 검역관은 "선박 안에 흉기로 사용될만한 도구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마른오징어, 옥수수가루 등 식량만 발겨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검역관에 따르면 어선을 소독할 때 국정원 직원이 배석했으며 국정원의 어선 소독 요청은 매우 이례적이었다고 한다.

안병길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에 월북을 조작했듯, 강제 북송 사건에서는 혈흔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며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뿐 아니라 당시 강제 북송 사건의 진실을 은폐한 주요 책임자들에 대한 법적 수사가 빈틈없이 진행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또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재조명되면서 북한 내에서의 동향도 심상치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의 북한 내 소식통은 "최근 회령시와 청진시를 비롯한 대도시들에서 탈북 어민 북송 소식이 화제"라며 "특히 남조선(남한) 정부에 의해 강제로 보내졌다는 소식이 전해져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의 명확한 사실관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남조선으로 도주를 시도하던 2명이 경비정에 의해 잡혀와 목숨을 잃게 됐다’는 정도의 소문만 돌고 있었다. 어디에도 이들이 16명의 동료를 살해했다는 얘기는 돌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한국 정부에 의해 강제로 북송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 소문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에서 잡혀 왔다면 이해가 돼도 남조선까지 내려간 사람들이 다시 돌려보내졌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며 "더욱이 그들이 16명을 죽이고 갔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알지도 못하는 일"이라고 했다.

또 이들이 탑승했던 선박이 배수량 5톤급 소형 어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실제로 16명의 동료를 살해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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