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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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대표였던 이준석이라는 정치신동의 몽니와 부정적 파급효과가 정권 초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을 곤두박질치게 만들고 있다.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에 불만을 품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주류세력들을 엿먹이는 이준석의 벼랑끝 전술에는 자신의 정치생명도 함께 걸려 있다.

이준석이 당초 정치적 출사 명분으로 내세웠던 개성과 공존이란 가치는 이미 스스로 소멸시켜 버렸다. 권모술수에 능한 선동적 정치질 (Politiking)로 인해, 현실정치를 재단할 수 있는 이념적 내공이 전무한 사실이 만천하에 증명됐다. 이준석이 강조했던 개성에는 시민과 개인주의의 의미가 없었고, 통합의 의미로 사용됐던 공존은 여당인 국힘당이나 윤 대통령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야당인 민주당을 배려하는 배신적 행위에 가까웠다. 여당 대표로서의 이준석은 항상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자기정치를 위한 대중적 감성팔이 전략으로 일관해 왔다. 윤핵관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국힘당 내부를 갈라치기하고, 때로는 세대와 성별을 이용해 극단적인 정치적 쏠림현상을 조장해 그에 따른 흥행효과를 얻고자 했다.

이준석의 감성포퓰리즘은 결국 원시적인 국민들의 감성을 조금 더 진보된 형태의 감성으로 변화시켜 풍선효과를 얻고자 하는 전략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감성이 기존의 감성을 누를 때는 필연적으로 사회적인 극한 대립이 불가피하고, 정당 내에서 이런 감성적 대결국면을 조장할 경우 당연히 당내 갈등이 증폭된다는 점이다.

이준석쇼로 볼성사나운 광경들이 펼쳐지고 있지만, 일단 윤 대통령은 이준석이 부리는 몽니를 어떤 식으로든 빨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준석류의 감성포퓰리즘이 더 이상 대중적 흥미를 끌지 못하고 사라질 경우, 오히려 대중은 곧바로 윤 정권과 국힘당에 대한 정치적 무관심에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영국 철학자 흄 (David Hume)의 말처럼, 이성은 분명 감성의 노예다. 그러나 정치세계에서는 이성과 감성이 반드시 조화되어야 한다. 이준석의 얄미운 감성적 정치공작을 이대로 내버려둬서는 윤 정권도 같이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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