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지상테스트를 시작한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1호기가 활주로와 이어진 램프 구간을 지상활주(Ramp Taxi)하고 있다. /연합
지난 6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지상테스트를 시작한 차세대 한국형 전투기 KF­21 1호기가 활주로와 이어진 램프 구간을 지상활주(Ramp Taxi)하고 있다. /연합

최초의 4.5세대 국산 전투기인 KF-21이 19일 오후 첫 시험비행을 마쳤다. 1999년 4월 제2차 항공우주산업개발정책심의회에서 전투기 독자개발계획 심의가 이뤄진 이후로는 23년, 한국형 전투기(KF-X) 확보계획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2002년 5월로 기준을 잡으면 정확히 20년 만의 결실이다.

KF-21은 이날 오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가 있는 경남 사천기지를 이륙해 약 40분간 비행하며 기본적인 기체 성능을 확인했다. 총 비행거리는 약 200㎞, 순간 최고속력은 약 시속 400㎞로 초음속 비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F-21의 초도비행이 성공함으로써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 자체 개발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수입 훈련기 개조해 전투기로 쓰던 나라에서 전투기 자체 개발까지

1949년 10월 1일 창설된 직후 캐나다에서 도입한 AT-6 훈련기 10대를 개조해 ‘하늘을 나는 것’에 의의를 두던 공군이 73년만에 자국산 전투기를 운용하는 군으로 환골탈태했다.

공군 역사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한 것은 F-86 전투기의 도입이었다. 기존 프로펠러 전투기를 벗어나 제트엔진을 장착한 전투기를 도입함으로써 ‘지원공군’이 아닌 ‘전술공군’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1960년대에는 월남전 파병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F-4 전투기를 도입하며 순식간에 독자적인 작전 능력을 갖춘 전략공군으로 성장했다. 이후 1986년 F-16C/D를 도입하면서 첫 4세대 전투기를 수령했고, 이후 2018년 F-35의 도입으로 첫 5세대 전투기를 운용하게 됐다.

하지만 이는 모두 미국 기술로 개발된 전투기로, 최초의 국산 전투기로 알려진 KF-5(제공호) 역시 부품을 국산화했을 뿐 설계는 미국의 F-5 전투기를 그대로 적용했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대한민국 자체 기술로 해결한 최초의 전투기가 바로 KF-21인 것이다.

KF-21은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와 공동 개발했지만 인도네시아는 개발 자금만을 지원했으며 실질적인 설계와 개발은 모두 우리나라 기술진들에 의해 진행됐다.

◇탁월한 공대공 성능으로 가시거리 밖에서 적 요격

KF-21이 실전배치되면 방위사업청이 개발한 공중발사순항미사일(ALCM) 등 각종 국산 공대지 무기를 장착할 예정이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해 국산화율 89%를 달성했다.

KF-21은 첫 비행 때 현존 최고 성능의 미티어(METEOR) 공대공 미사일 4발을 장착했다. 이로서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처음으로 미티어를 운용하게 됐다. 영국·독일·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스웨덴 등 유럽 6개국이 개발에 참여한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은 마하 4.5의 비행 속도와 200k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 가시거리 밖(BVR) 교전에서 탁월한 성능을 자랑하며, 충돌 및 근접 신관과 파편 폭발형 탄두를 장착해 적 항공기에 대해 뛰어난 요격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KF-21의 제원은 동체 길이 16.9m·폭 11.2m·높이 4.7m로 F-16, 라팔, 유로파이터 타이푼 등의 전투기보다는 크고 F/A-18E/F, F-4, F-15, F-22(랩터) 등의 대형 전투기보다는 작다. 최대 속도는 마하 1.81(시속 2200km), 항속거리는 2900km이며, 무장 탑재량은 7.7t이다. 기본 항속거리만으로도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 도쿄과 중국 베이징·상하이까지 작전반경에 들어온다. 공중급유를 받을 경우 작전반경은 더욱 넓어진다.

KF-21은 오는 2026년까지 2200여 회의 시험 비행을 거친 뒤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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