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황근

"언론 야당의 공격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 소신껏 일하라"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일을 더 잘한다." 두 문장은 표현은 다르지만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사실상 동일하다. 사람들은 두 문장 모두 "이런저런 트집들에 개의치 말고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또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당신의 능력을 믿는다"라는 신뢰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은 지난 주 윤석열 대통령이 여러 문제들로 야당과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았던 교육부총리를 임명하면서 한 것이고, 뒷문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유은혜 교육부총리를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했던 말이다. 공교롭게도 둘 다 교육부총리라는 점이 흥미롭다. 다른 어떤 국무위원보다 깨끗해야 할 교육부 수장들이 가장 많은 의혹을 받는 것을 보면, 교육계에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교육부 폐지론이 정말 맞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두 대통령들의 이러한 발언 기저에는 두 개의 자의식을 엿볼 수 있다. 하나는 제기되었던 비판들은 별거 아닌데 정략적으로 과장된 비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누가 뭐래도 나는 적합한 인물을 선택했다는 자존감이다. 전자가 피·아 이분법적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면 후자는 자신의 판단은 누가 뭐래도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적 태도를 보여준다.

이런 발언들이 반복되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지지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초기에 걸맞지 않게 매우 낮고 최근에 더 떨어지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야당 지지자들의 극단적 부정평가에 있지만, 지지자들의 이탈현상도 무시할 수준을 넘어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 사람을 챙겼다. 그런데 이에 대한 비판이 커질 때마다 지지율은 도리어 상승했다. 이런 지지율에 취해 독선과 오만으로 정권을 내주었지만, 정권 초기 인사 실패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과는 분명 대조적이다.

이런 상반된 현상은 문재인 정권의 맹목적 지지층 즉 팬덤 때문이다. ‘무조건 우리 편’이라는 맹목적 집단의식이 발탁된 인사들에 대한 의혹과 비판에 비례해 지지도도 상승시킨 것이다. 이러한 집단병리 현상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조국이다’ ‘내가 추미애다’를 외치는 정치적 컬트(cult)집단은 전체주의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윤석열 정권도 시작부터 인사 실패로 고전하고 있다. 물론 야당과 일부 언론들이 제기한 의혹들 중에는 억지에 가까운 트집들도 많다. 문제는 국민들 눈에는 대통령과 이런저런 개인 인연으로 선택받은 인사들이 많아 보인다는 것이다. 이들 중에는 정권 창출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정치적 성향은 무엇인지조차 모호한 이른바 ‘갑툭튀’들도 적지 않다. 그러니 ‘우리 편’인지도 분명치 않은 의혹투성이 인사에게 비판적인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그렇게 발탁된 인사들의 부적절한 처신이나 의혹까지 불거지게 되면, 많은 국민들은 이 정권도 결국 끼리끼리 해먹은 이전 정권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쩌면 열성 지지자들 중에는 소외감을 넘어 배신감까지도 느낄 수 있다. 최근 전통 지지층의 이탈 현상은 그런 전조를 보여주는 것이다.

유능한 인재들을 고루 발탁하겠다는 대통령의 순수한 의도를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주요 공직자 임명은 대통령 고유권한이다. 그렇다고 연고주의가 -사실여부를 떠나 그렇게 보였다 하더라도 -인사시스템을 지배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권의 ‘운동권 패거리 의식’ 만큼 개인적 인연을 중시하는 연고의식도 본질은 같다. 패거리 인사로 문재인 정권은 달콤한 재미를 봤지만 윤석열 정부는 반대로 독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를 찍었던 지지자들은 ‘무조건 무조건이야’를 외치는 골수 팬덤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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