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일어난 탈북 어민 강제 북송과 관련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어민들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측에 내려오기 전부터 송환 결정이 내려졌고, 결정 전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이뤄진 정황이 일부 파악됐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7일 "청와대가 신호정보(SI)에 의존해 해당 어민들에게 흉악범 프레임을 씌워 북송을 미리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보고 정황이 파악됐다는 전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전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관련 보고는 주로 SI정보에 의존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문 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입장을 밝히거나 지시를 내렸는지는 수사를 통해 드러날 사안"이라고 말했다.
강제북송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보고 시점과 내용이 주목받는 건 이번 사건의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위법성과도 긴밀히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여권에선 어민들이 북송 전 한국에서 받은 2~3일간의 합동신문은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고 보고 있다. 어민들이 자진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청와대에서 SI정보에 기초해 이미 북송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서훈 전 국정원장은 이와 관련해 어민들의 합동신문을 조기 종료한 혐의(국정원법 위반·허위공문서 작성)로 자신이 원장으로 있던 국정원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또 이 당시 한 국정원 직원은 조사를 조기 종료하는 것에 반발해 사표까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강제 북송의 핵심은 절차적 정당성이 완전히 무너진 것에 있다"며 "어민들이 우리 측에 넘어오기 전 문 전 대통령의 북송 승인이 내려졌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도 "문 전 대통령의 승인 없이 이런 일사 천리로 진행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주장에 야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강제북송 사건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합동신문 절차도 없이 우리가 어떻게 사전 송환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느냐"며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도 17일 윤 의원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이번 사건을 "16명을 살해한 희대의 엽기적 살인만들의 진정성 없는 귀순"이라 규정하며 절차적 문제도 없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흉악범들은 탈북민도 아니고 귀순자도 아니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붙잡힌 자들"이라며 "이들의 자백만으로 살인죄를 처벌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누가 보호하느냐"고 주장했다. 다만 정 전 실장은 "우리 측에 내려오기 전 북송 결정이 내려졌다"는 대통령실의 주장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건 어민들의 흉악범 여부가 아닌 절차와 제도, 헌법이 지켜졌는지"라며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모든 사무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취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 기자명 임정현 기자
- 입력 2022.07.19 17:50
- 수정 2022.07.2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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