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지점에서 발견된 거액의 외환 이상거래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지점에서 발견된 거액의 외환 이상거래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지점에서 발견된 거액의 외환 이상거래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암호화폐가 해외보다 국내에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일명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환치기일 가능성이 있어 이들 은행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수시검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암호화폐에 대한 국내 수요가 지나치게 많은 반면 공급은 제한돼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환치기는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 계좌를 만든 후 한 국가의 계좌에 입금한 돈을 다른 국가에서 현지 화폐로 인출하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이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대규모 불법자금의 자금세탁 창구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세탁한 후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지점을 통해 해외에 환치기 송금하는 꼼수를 부린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3일 우리은행에 이어 30일 신한은행 지점에서 발생한 거액의 외환 이상거래에 대해 수시검사에 나선 결과 거래액의 일부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됐음을 확인하고 추가로 상황을 파악 중이다.

우리은행 지점의 외환 이상거래 규모는 8000억원이 넘는 수준이며, 신한은행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통상 2주 정도인 수시검사를 연장해 이들 은행 지점의 외환 이상거래 현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검찰과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수시검사에서 은행 지점 직원의 자금세탁방지법 및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수입대금 결제 명목으로 이루어진 거래가 실수요 자금인지, 서류를 위조하거나 암호화폐와 연루돼 차익거래를 했는지 점검하고 있다. 아울러 중국계 불법성 자본과의 연루, 자금세탁 목적 여부 등도 살펴보고 있다.

자금세탁방지법은 각종 범죄, 부정 및 비리로 조성된 자금을 깨끗한 돈으로 전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금세탁을 차단하기 위해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입·출금은 모두 국세청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관련성은 확인이 조금씩 되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김치 프리미엄이라든지 환치기라든지 이런 것은 해외 쪽까지 봐야 하는데, 우리가 해외 쪽 상황을 알 수 없으니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자금세탁방지법이나 외환거래법상 절차적으로 해당 은행 지점의 직원이 잘했는지 여부도 같이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지점의 거액 외환 이상거래는 최근 하나은행 정릉지점이 유사한 사례로 일부 영업정지를 당한 사례가 있어 만약 이들 은행의 문제가 사실로 확인돼 제재를 받게 된다면 이보다 강력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5월 말 2000억원대의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과징금 5000만원을 부과받았고, 정릉지점은 업무의 일부를 4개월 정지당했다. 외환거래법 위반으로 은행 지점의 업무가 일부 정지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장들과 만나 횡령 등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내부 통제시스템에 대해 논의했고, 조만간 강력한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이 원장은 시장질서 교란행위와 불법행위는 엄단하겠다는 방침인데다 최근 환율 급변동으로 외환의 불법거래 또한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어 이 같은 금융사고를 내는 금융사들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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