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개혁해야 나라가 산다] ② 공공기관 문제가 좀체 해결되지 않는 이유

350개 기관에 모두 44만2777명 근무...공공서비스 수요 대비 조직 유연성 부족
정부 출자 받고 고비용·저효율에 허덕...노조는 노동 개혁에 반발 경쟁력 떨어져

한국 공공기관은 세계에서 가장 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와 지자체의 경직성이 공공기관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 공공기관은 세계에서 가장 비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와 지자체의 경직성이 공공기관 문제 해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6월 24일 국무회의 토론 주제였던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정하며, 주요 정보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go.kr)에 공시되는 350개 기관이다. 총 임직원 정원은 2021년 말 기준 44만2777명인데, 공기업 36개 15만794명, 준정부기관 94개 12만8907명, 기타공공기관 220개 16만5001명이다.

그런데 공공기관만큼이나 많이 거론되는 공공부문은 또 무엇인가? 결론만 먼저 말하면 공공기관(Public Organization 혹은 institution)은 공공부문(Public Sector)의 극히 일부분이다. 공공부문은 정부(국가+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윤석열정부가 씨름해야 할 중차대한 개혁과제는 ‘공공기관 개혁’을 포괄하는 ‘공공부문 개혁’이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사고의 시공간의 확장이 필요하다. 문제의 국제비교와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아야 한다는 얘기다. 국제비교를 하려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어떤 기준이나 정의定義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공공기관에 대한 정의는 없지만, 공공부문에 대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의는 있다. 국가회계기준인 UN2008SNA(System of National Accounts=국민계정체계)에 따르면, "공공부문(Public Sector)은 정부 단위와 정부 단위에 의해 소유되거나 지배되는 모든 제도 단위"로 정의되어 있다. 물론 정부 지배(control) 여부 판단을 위한 상세 요건(권고 기준)도 있는데, 이는 다음 회에 설명할 것이다.

공공기관 지정 목적, 요건(정의), 구분 기준은 노무현 정부 때(2007.4.1) 최초 시행된 공운법 제1장 총칙에 명시되어 있다. 요약하면 "국가ㆍ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법인ㆍ단체 또는 기관"이며, "정부의 투자·출자 또는 정부의 재정지원 등으로 설립 · 운영되는 기관으로 기획재정부장관이 매년 지정한 기관"이다.

공운법 제4조 제①항 제1~6호는 공공기관 지정요건을 상세히 규정해 놓았다. 제1호는 정부가 직접 설립·출연한 기관(주식회사, 재단법인, 사단법인 등)이고, 제2호는 정부지원액이 해당 기관 총수입액의 2분의 1(50%)을 초과하는 기관이다. 정부지원액에는 정부의 업무를 위탁받거나 독점적 사업권을 부여받아서 생긴 수입액을 포함한다. 제3호는 정부 지분이 50% 이상인 기관과 정부 지분이 30%이상 50% 미만이라 할지라도 임원 임명 권한 행사 등을 통하여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관이다. 제4호~제6호는 위에서 열거한 공공기관들이 설립·출연했거나, 단독 또는 연합하여 지분의 50% 이상 혹은 30%~50%라 할지라도 임원 임명권한 행사 등을 통하여 사실상 지배하는 기관이다.

법 제4조 제②항에는 제①항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수 없는 기관도 명시해 놓았다. "구성원 상호 간의 상호부조·복리증진·권익향상 또는 영업질서 유지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다. 대표적으로 농협과 ㈜한국거래소 등이다. 그 외에도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하고, 그 운영에 관여하는 기관" "한국방송공사와 한국교육방송공사"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은 ‘지방공공기관통합공시시스템’(cleaneye.go.kr)에 그 주요 정보가 공시되어 있다. 현재(2022.3.31) 지방공기업 413개(서울은 32개), 지방출자출연기관 843개(서울은 67개)이다. 그런데 alio.go.kr 보다 cleaneye.go.kr이 정보 공시 내용이 적을 뿐만 아니라, 일목요연하지도 않다.

공공기관은 정부가 투자·출자하거나, 재정지원과 업무 위탁을 하거나, 법령에 따라서 대체로 독점 사업을 가진다. 지방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고비용과 유연성 부족, 즉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공공서비스 수요가 점증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인력, 조직의 경직성, 고비용, 기술의 부족 등으로 이를 받아 안는 것이 어려운 경우 주로 생겨난다. 최근에 생긴 공공기관은 대체로 이런 경우다. 그 외에도 공적 필요성(공공성)은 있으나 시장성이 부족하거나, 민간 자본이 부족하거나, 사업 자체가 민간독점의 폐해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자연독점사업’(망산업)인 경우 등에도 정부가 공공기관을 만들어 사업을 독점하거나, 업무 위탁을 한다.

그런데 한국처럼 공공기관이 비대한 나라는 없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라면 정부조직에 편입되거나, 세련된 법적 규제 하에 자유경쟁 시장에서 활동하는 민간기업 혹은 비영리기관(사업자 조합 등)으로 존재해야 조직들이 다양한 이유로 공공기관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주된 이유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독한 경직성이다. 그 뒤를 철 지난 노동관계법에 따른 노동의 유연성 부재와 노조의 극심한 반발이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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