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용의 출현', '명량' 이후 8년 만에 관객 유혹
제목의 '용'은 조선을 구한 이순신이자 거북선
해전 51분, 전작보다 10분 줄었지만 볼거리 풍성
3부작 마지막 '노량...'도 이미 제작 끝내고 대기

최민식에 이어 이순신 역을 맡은 박해일.
최민식에 이어 이순신 역을 맡은 박해일.

힘빠지고 처질 때 우리는 농담처럼 말한다. "우리에겐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잖아." 배 한 척은커녕 점심값을 걱정해도, 이순신 장군의 말을 따라하면 왠지 괜찮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코로나로 지치고 인플레이션으로 턱이 빠진 우리 곁에 ‘한산:용의 출현’으로 나타난다. 전작 ‘명량’(2014) 이후 8년 만이다. 시기적으로 ‘한산’은 ‘명량’보다 5년 전인 1592년, 이순신(1545-1598) 나이 47세 때를 배경으로 한다.

1592년 4월 13일 부산포가 왜군에 의해 기습적으로 뚫린다. 조선은 단 15일 만에 왜군에게 한양을 빼앗기고 선조는 도망간다. 북진하는 왜군을 조선 수군이 막아선다. 왜군은 해상으로 보급물자를 받아야 하는데, 전라좌수사 이순신이 버티고 있어 속수무책이다.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은 6월 경상도 고성 당항포에서 왜선 20척을 수장시킨다. 하지만 이순신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수세에 몰린다. 1592년 여름 이순신은 조선의 운명을 가를 최고의 해전을 준비한다."우리에게는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한산’ 초반은 등장인물 캐릭터를 중심으로 드라마가 형성된다. 원균(손현주)·이순신(박해일) 등이 조선을, 와키자카 야스히루(변요한)·가토 요시아키(김성균) 등이 왜군을 대표한다. 여기에 첩자 정보름(김향기)과 탐망꾼 임준영(옥택연)이 활약한다.

이순신 장군이 등장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거북선이다. 제목의 ‘용’은 이순신이자 거북선이다. 거북선 또는 귀선(龜船)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주력함인 판옥선을 개량한 것이다. 거북선은 이순신 시대에 짠 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라 조선 초부터 다양한 판옥선을 만들면서 진화해온 결과다. 그래서 제작자라고 나선 사람만도 수십 명이다. ‘한산’에는 그 중 한 명 나대용(박지환)이 등장한다. 야사에 등장하는 인물로, 이순신 앞에 설계도를 가져와 브리핑했다는 설이 있다. 이순신 장군이 의미있는 것은 그 거북선 설계를 보고 만들라고 지시해 해전에 사용했다는 점이다.

바다에서는 물이, 육지에서는 불이 액션을 한다.
바다에서는 물이, 육지에서는 불이 액션을 한다.

전반부가 지나면 드디어 출정, 해전의 시간이다. 이순신이 펼쳐 드는 것은 학익진(鶴翼陣) 대형. 이순신은 우리나라 해군 최초로 학익진 전법을 쓴 장군이다. 한산대첩에서 초승달 형태의 어린학익진(魚鱗鶴翼陣)을 써서 왜군을 수장시켰다. 그 장렬한 장면 등, 129분 가운데 후반 51분이 액션의 영역이다. ‘명량’의 해전 분량이 61분인데 비해 10분 줄었지만 볼거리는 풍부해졌다는 것이 홍보팀의 자랑이다.

‘명량’은 인기도 끌었지만 비난도 있었다. 역사의식과 고증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고, 볼거리는 많은데 알맹이가 부실했다는 평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이순신 때문에 선택했고 봤고 흥행 1위(누적관객수 1761만 명)에 올려놓았다. 그래서 이번 ‘한산’은 더욱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량’을 봐준 관객들이기 때문이다. 27일 개봉하는 ‘한산’의 손익분기점은 600만 명이다.

한편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가운데 마지막 ‘노량: 죽음의 바다’는 김윤식을 주연으로 이미 제작돼 있다. ‘노량’은 1598년, 7년 임진왜란이 종결되는 마지막 해 겨울바다, 왜군을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과 철군을 해야 하는 왜군, 두 나라와 얽힌 명나라, 3국의 전투이자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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