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장 선거 날치기 통과’ 당한 서울중구 국힘 구의원들을 만나다
소재권·허상욱·손주하 의원 “민주주의 회복 위한 모든 조치 취할 것”
“원천 무효” 주장하며 7일차 단식하던 양은미 의원은 병원 이송 돼

당내 합의 반발한 국힘 길기영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과 야합한 사건 
의장석 점거해 물리력 동원...“임시의장 진행권 뺏은 것은 분명 불법”
“같은당 길 의원에 대한 배신감 커...단식장에 단 한번도 오지 않아”

“길 의원·민주당 합심해서 짜고 하는 일로 보여...현재 한 목소리 내”
“주민들·당원들이 다 보고 있어...논란 만드신 분이 스스로 책임져야”
“욕심 매인 사람이 의장에 맞는 것일지 주민분들도 생각해 주셨으면” 

“길 의원·민주당 의원들, 외부서 의도적으로 소란 피우고 여론 호도”
“불법 알면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주민들 질책 무서움 알게 될 것”
“개인욕심 때문에 야합한 길 의원과 민주당, 함께 응분 댓가 받아야”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구민회관 2층에서 자유일보와 인터뷰한 중구 구의회 국민의힘 소속 (왼쪽부터) 허상욱·손주하·소재권 구의원. 이들은 지난 11일 발생한 '중구의장 선거 날치기 통과' 사태 주도자인 같은당 길기영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며 주민들에게 실상을 알리고 있다. 사진은 의원들이 함께 항의하며 7일간 단식투쟁을 하다 18일 병원으로 이송된 같은당 양은미 의원이 사용했던 텐트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김석구 기자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구민회관 2층에서 자유일보와 인터뷰한 중구 구의회 국민의힘 소속 (왼쪽부터) 허상욱·손주하·소재권 구의원. 이들은 지난 11일 발생한 '중구의장 선거 날치기 통과' 사태 주도자인 같은당 길기영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며 주민들에게 실상을 알리고 있다. 사진은 의원들이 함께 항의하며 7일간 단식투쟁을 하다 18일 병원으로 이송된 같은당 양은미 의원이 사용했던 텐트옆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김석구 기자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는 평범한 시민들이 지역 공동체의 일에 자발적인 참여를 함으로써 실생활을 변화시키려는 참여 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지방자치와 분권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민주정치를 실현하는 개념이다. 대한민국에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 단위의 의회가 이러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구의회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중구의회에서 다수당인 여당 국민의힘 구의원 중 한명이 자신이 의장직을 직접 차지하기 위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구의원들과 야합한 후 물리력을 동원해 의장 선출을 ‘날치기 통과’ 시킨 것.

지난 11일 열린 중구의회 제271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는 제9대 중구의회 의장에 길기영 의원이 선출됐다. 이날 의장선거에는 재적의원 9명 모두 참석한 가운데 기표식 무기명 비밀투표로 길기영 의원이 5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날 길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의힘 소속 의원 4명은 본회의장에는 참석했지만 투표는 거부했다.

현재 중구의회는 총 9명의 구의원 중 국민의힘 의원 5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4명으로 관례상 국민의힘 구의원이 의장직을 맡게 된다. 그런데 당내 의장 선출 합의에 반발한 국민의힘 소속 길기영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본인이 구의장으로 선출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11일 열린 중구의회 제271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날치기 통과'에 항의하는 의원들의 모습. /소재권 의원
지난 11일 열린 중구의회 제271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날치기 통과'에 항의하는 의원들의 모습. /소재권 의원

앞서 길 의원은 자신보다 연장자인 국민의힘 소재권 의원이 의장을 맡는 것에 반대하며 자신이 의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길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4명 소재권·양은미·허상욱·손주하 국민의힘 구의원들은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날치기 통과’ 논란이 벌어지게 됐다. 

특히 양은미 의원은 ‘날치기 통과’ 사건이 벌어진 다음날인 12일 오후부터 7일간 중구 의회 현관에서 텐트를 치고 “의장선거 날치기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단식 농성을 해 오다가 18일 오전 건강 이상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인 국립의료원으로 이송된 후 입원하기까지 했다.

단식투쟁을 벌이던 양은미 의원의 모습. /소재권 의원
단식투쟁을 벌이던 양은미 의원의 모습. /소재권 의원

이번 사태에 대해 “민주당 소속 구의원들과 길기영 의원은 협의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불법적이고 독단적, 폭력적인 날치기 시도를 통해 의회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행태를 자행했다. 이번 사태를 묵과할 수 없음으로 주민의 뜻을 받들어 의회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행동수단과 조치를 취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국민의힘 서울 중구의회 소재권·허상욱·손주하 구의원 3인을 자유일보가 19일 중구의회 소회의실에서 직접 만났다.

아래는 이날 의원들과 자유일보의 일문일답.

-단식투쟁 중 병원에 실려간 양은미 의원 건강은 현재 어떤가요. 

손주하 의원(이하 손) : “(19일 오후 현재) 미음도 잘 못 드신다고 합니다. 18일 오전 단식 중 의식이 없어 119에 실려간 뒤, 의식은 돌아왔지만 아무것도 못 드시고 토하시고 그런다고 해요. 닝겔을 맞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빨리 회복되면 다시 단식장으로 오겠다’는 의사를 전하셨다고 합니다.”

-길기영 의원은 어떤 분이신가요. 왜 같은당 의원들을 배신하게 되신건지요.

소재권 의원(이하 소) : “어떤 의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평소에 그럴 분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더군다나 현재 당을 탈당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어쨌든 본인이 의장을 하고 싶어서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평소에 민주당 의원들과 사이가 안 좋았나요.

손 : “사실 사이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는 아닙니다. 이번 회기 중구의회에 초선 의원들이 대다수라 이름만 서로 아는 정도에요. 인간적으로도 사실 아직은 어색한 관계거든요.” 

-현 사태에 법적으로 대응이 가능합니까. ‘날치기 통과’를 무효로 돌릴 가능성이 있는지요.

허상욱 의원(이하 허) : “당내에서 의장선출 합의한 한 건 법적 대응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의회 정회 중 민주당 의원들이 물리력을 동원해 밀치고 들어와 의장석을 점거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할 것입니다. 소재권 의원님이 임시의장이 된 건 관례상 다선 중 가장 연장자라서 된 건데, 민주당이 임시의장이 회의진행을 자꾸 미룬다는 이유로 차순위 연장자인 길기영 의원에게 임시의장 자리를 넘기는 일종의 야합을 통해 속전속결로 날치기로 통과시켰습니다.

핵심은 길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소재권 임시의장의 진행권을 뺏은 것은 분명 불법적인 행위였다는 거죠. 더군다나 당시 정회시간 이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법원에 가처분 신청이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의원들은 "길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소재권 임시의장의 진행권을 뺏은 것은 분명 불법적인 행위였기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이 들어가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석구 기자 
의원들은 "길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소재권 임시의장의 진행권을 뺏은 것은 분명 불법적인 행위였기에 법원에 가처분 신청이 들어가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김석구 기자 

-이에 대한 단식투쟁에 민주당 의원들이나 구민들의 반응이 좀 있었나요.

소 : “아시는 분들은 걱정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현재 이 사태에 대해 구민들이 많이 알지는 못한 상태에요. 언론에도 많이 알리고 주민들에게도 계속 알리고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도 사람인지라, 저희들에게 미안해 하기는 했어요. 단식장에 와서 걱정하면서 ‘이제 그만하라’고 이야기 하긴 하더라구요.” 

손 : “사실 민주당 의원들보다 길기영 의원님에 대한 배신감이 더 큽니다. 길 의원님은 단식장에 단 한번도 안 오시지 않으셨어요.”

-민주당 의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으신가요.

소 : “민주당 의원들이 무슨 목적으로 길 의원과 함께 야합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라도 현재 국민의힘 소속인 중구청장의 행정을 흐트릴려고 이런 모종의 야합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런 저의가 있다면 당장 중단하길 바랍니다.”

손 : “이런 정치적인 문제는 국회 안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저희가 갈등이 깊어지게 된 것은 민주당 쪽에서 왜 굳이 다른당인 길 의원님과 야합을 하려는지에 대한 타당한 설명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민주당이 분명한 사과를 해 주시기를 촉구합니다. 최근 구의원들이 참석하는 행사장에서도 저희 당원분들이 너무 화나나서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그랬어요. 그럼에도 민주당과 길 의원님은 계속 방관만 하고 계시는데, 정확히 사과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허 : “최근 구의원들이 참석하는 행사장에서 민주당 구의원님들이 왜 구의회 의장(길기영 의원)과 구의원들을 소개하지 않는지를 따졌습니다. 이걸보면 길 의원님과 민주당이 합심해서 짜고 하는 일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함께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들은 현재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분명히 해명을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길기영 의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건가요.

소 : “개인의 욕심으로 이런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은 분명한 해당 행위고 당에 대한 배신입니다. 국민의힘 당에서 공천을 받아 구의원이 됐는데 이런 배신행위를 한 것은 용납이 안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같이 모임도 하면서 비교적 가까이 지냈는데, 이렇게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돌변해서 너무 놀랍고 황당하더군요. 본인이 잘못을 누구보다 잘 알 거에요. 같은 당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해야지, 왜 민주당 의원들과 야합을 해서 동료의원이 단식을 하게 할 정도로 사태를 만들었는지 참, 정말 무정합니다.” 

손 : “길 의원님도 동료애가 좀 있으셨으면 해요. 누구나 욕심은 있을 수 있어요. 다수당의 연장자가 의장을 맡는 관례라는 것도 사실 깰 수도 있습니다. 의장을 소 의원님이 하시든 길 의원님이 하시든 상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함께 협의를 하지 않는 분과는 당이 다르는 같든 함께 하는 게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초선이라 재선인 길 의원님에게 많이 배우고 싶다는 말씀도 드렸었는데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 아직도 너무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길 의원님도 이 사태에 대해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겠다 하셨는데, 그 결과가 극단적이지 않도록 본인이 노력하셨으면 합니다.”

허 : “현재 주민들과 당원들이 이 사태를 다 보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의 상황을 만드신 분이 스스로 책임을 지시고, 빨리 사태가 조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셨으면 합니다.”

의원들은 "논란의 상황을 만든 길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사태가 조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구 기자
의원들은 "논란의 상황을 만든 길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사태가 조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석구 기자

-중구 구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뭔가요.

소 : “우선 구민들에게는 너무 송구합니다. 의회 출발전부터 이런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서 너무 죄송합니다. 저희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면목이 없어요. 하지만 이번 문제가 길기영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의 야합을 통해 발생했으니, 이런 사실에 대해서는 구민들이 확실히 아실 수 있도록 알릴 것입니다.”

손 : “결국 야합으로 욕심을 통해 잡은 구의회 의장 자리인데, 그런 분들이 과연 중구를 위해 얼마나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관례상 연장자인 소 의원님이 의장을 맡아야 되지만 길 의원님이 의장에 욕심이 있으셔서 저희가 둘다 백의종군 하시라고 하니까 소 의원님은 그럼 둘다 물러나자고 까지 이야기 하셨는데, 길 의원님은 결국 이런 선택을 하신 거거든요. 과연 이처럼 욕심에 매인 사람이 의장 자리에 맞는 것일지도 주민분들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허 : “어쨌든 이런 부분에 대해 현재 입원중인 양은미 의원을 포함해 저희 국민의힘 4명의 의원은 구민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길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제자리로 돌아와 중구민과 중구 발전을 위해 같이 합심해서 일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길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자꾸 의도적으로 외부에서 소란을 피우고, 여론을 통해 자신들이 정상적으로 의장단 선거를 했는데 우리가 트집을 잡는다고 호도를 하면서 변명을 하고 있는데, 모든 것은 의회 내에서 협의를 하고 해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대응 계획은 뭔가요.

소 : “현재 입원에 있는 양은미 의원이 단식투쟁 재계에 대한 의지가 강한데, 양 의원의 퇴원 경과를 살핀 뒤 저희가 함께 단식투쟁을 계속 이어갈 계획입니다. 주민들에게 ‘날치기 통과’에 대해 계속 알릴 것입니다. 주민들이 이것이 불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길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언론과 주민들의 질책의 무서움을 알게 될 것입니다. 또한 지역구 단체장들과 원로분들을 통해서도 계속 호소할 계획입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길기영 의원이 개인욕심 때문에 민주당과 야합을 했고, 민주당 의원들도 그 야합을 받았으니까 함께 응분의 댓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명백한 해명과 사과를 하고 책임도 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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