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되면서 고공행진 중이던 국제 원자잿값이 하락세로 전환됐다. /연합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되면서 고공행진 중이던 국제 원자잿값이 하락세로 전환됐다. /연합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3고(高)로 인한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끝을 모르고 치솟던 국제 원자잿값이 급격한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배터리업계는 수익성 강화를 기대하는 반면 철강업계는 제품가 하락에 따른 실적 감소가 예상되는 등 업종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1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니켈의 가격이 이달 15일 기준 톤당 1만9333달러로 6월말의 2만3700달러 대비 18% 넘게 하락했다. 최근 다시 2만달러대로 반등했지만 지난 3월의 4만8410달러와 비교하면 반토막도 안되는 수준이다. 또 다른 배터리 소재인 코발트도 지난 5월 톤당 8만1690달러에서 최근 5만달러로 급락했다.

전자·전기·자동차·건설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쓰이는 구리의 가격도 지난 6월부터 가파르게 하락하더니 이달 15일 기준 톤당 7000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올 3월의 톤당 1만730달러와 비교해 34.7% 급락한 것이다. 알루미늄 역시 이달 15일 기준 톤당 2320달러로 지난 2월의 3984달러보다 41.7%나 빠졌다.

철광석 가격도 하락세다. 지난달만 해도 톤당 144달러대를 유지했지만 최근 104달러대로 28% 가까이 떨어졌다. 조만간 두 자릿수대 진입도 예상된다. 중국의 도시봉쇄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철강 수요 둔화와 재고 증가가 가격을 끌어내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같은 원자잿값 하락에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주력 생산하는 K-배터리업계는 채산성 개선 기대감에 반색하고 있다. 특히 니켈 함량을 극대화한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의 가격경쟁력이 상승해 중국산 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의 가성비 대결에서 한층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철강업계는 다소 심정이 복잡하다. 통상 철광석 가격이 내려가면 수익성이 개선되지만 최근 가격 하락은 경기둔화의 산물이라 실적 개선을 바라보기 어려운 까닭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도 "현재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중이라 원자잿값 하락 효과가 크지 않다"며 "원자잿값이 내려가면 제품가도 내려야해 실적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스코가 이달 열연강판의 가격을 톤당 5만원 인하하는 등 국내 철강사들의 가격인하가 시작된 상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