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규형
강규형

오케스트라 지휘는 여성의 진출이 더딘 분야다. 예전에는 여성 지휘자를 보는 것이 매우 드물었다. 물론 옛날에도 나디아 불랑제와 같은 선구자들이 있었지만 활발한 활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1960-70년대 오페라 지휘에 있어 메이저 레이블 레코딩을 한 이브 퀠러(Eve Queler)가 나타나면서 본격적인 여성 지휘자 활동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요즘은 국내외에서 여성 지휘자를 가끔 볼 수 있다.

화제가 된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시 그의 연주를 섬세하게 서포트한 지휘자가 여성이었다. 임윤찬이 연주할 때는 음량을 줄여서 피아니스트를 돋보이게 최대한 배려하면서 능숙하게 지휘했다. 동영상으로 경연을 본 수많은 사람 들은 그 지휘자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다. 외모가 남성적이라 남성이 아닌가 오해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 지휘자는 현재 여성 지휘계의 선두주자인 마린 알솝(Marin Alsop)이다.

영국 음악지 BBC뮤직매거진에서 최고의 여성 지휘자 1위로 선정된 그녀는 레너드 번스타인과 오자와 세이지에게서 지휘를 배우고, 고향인 미국과 유럽에서 활발한 지휘 활동을 해왔다. 현재는 볼티모어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있으며, 상당히 많은 레코딩을 한 디스코그라피를 자랑한다. 안정적인 연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작년에는 우크라이나의 젊은 옥사나 리니프(Liniv, 리니브, 리니우라고도 표기됨)가 역사상 최초의 여성으로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지휘했고(‘방랑하는 화란인’ 지휘), 곧이어 이탈리아 역사상 첫 메이저 오페라 하우스(볼로냐)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한국 여성들도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하우스의 음악감독인 김은선이 7월 21-22일 드보르작의 교향곡 ‘신세계에서’ 등을 롯데 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음악팬들은 앞으로도 더 많은 우수한 여성 지휘자들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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