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미카
와타나베 미카

중국인민해방군 공군 대사 교량(喬良)·왕상수(王湘穗)가 공동 저술한 <초한전(超限戰)-21세기의 새로운 전쟁> (공동통신사, 2001)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제안보·사회안보 시대의 필독서이자 중국 전술론의 원점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것들이 현실이 됐기 때문에 예언서라는 평가도 있다.

책에 의하면, 군사와 비군사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영역은 존재하지 않고 서로 조립하지 못하는 영역이나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이 계획하고 계속 실행하고 있는 전쟁은 군사적인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하이브리드 전쟁이다. 무차별 테러, 사이버 테러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비군사적인 영역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금융전·마약전·밀수전·자원전(해외 자원 확보를 위한 토지 매수, 자원회사 매수, 산림 매수를 통한 수원 확보 등), 경제원조전(미얀마·인도·아프리카 등에서 전개되고 있는 경제원조를 통한 제압), 법률전(국내법을 주장해서 외국기업을 위협, 해양 보호법의 명목으로 영유권 주장 등), 심리전(과거사 문제를 부추기고 분열을 조장하는 등), 여론전(언론을 이용해서 중국공산당의 정당성을 선전 선동, 여론 조작) 등이 있다.

‘전략자원’으로서는 화교(華僑) 해외 네트워크·민족적 정체성·문화적 전통성·국제조직의 이용 등을 들고 있다. 예를 들어 공자학원(孔子學院)을 각국 대학에서 운영해서, 공자사상을 배운다는 명목 하에 학생들을 감화시키고 엘리트층 친중파를 양성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원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교량과 왕상수는 <초한전>의 사상적 원류는 한비자(韓非子)라고 밝히고 있다. 한비자는 "인간은 원래 이익을 추구해서 타산적으로 행동하는 존재"이며 "일체 도덕적 판단을 가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군자(君子)의 마음가짐"이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초한전>을 읽은 후 과거 생각했던 안전보장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30년간 사회 구석구석까지 침투한 ‘공작요원’들을 견제하고 함정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깨어 있어야 한다.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군사적 안전보장뿐만 아니라 IT·무역·금융·투자·자원·에너지·식량·산림·물 등의 경제안보에 신경을 써야 한다. 법률·미디어·여론 조작·출입국관리·이민정책·정보·보건·의료 등 사회안보 또한 매우 중요하다. 영역의 경계선이 없어진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이기려면 경제·사회·문화 등 국민 생활의 모든 국면을 안전보장의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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