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이 투표장에 온다 [우파 안티 페미]
90년대생이 투표장에 온다 [우파 안티 페미]
  • 강지연 객원논설위원
  • 승인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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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페미 대통령이 파시스트 소리 듣지 않도록 미리 반페미 여론 조성하는 성평화연대 활동

-김주혁 고인 능욕, 박진성 시인 무고, 곰탕집 사건 등 부나방 짓들 보고 안티 페미로 돌아서

-페미니즘 ‘여왕벌’ 현상, 메두사·설현 등 예쁘고 날씬한 여성이 평범한 다수 여성 이용

이제까지 이런 귀인은 없었다. 이것은 실존 인물인가, 가상캐릭터인가? 1997년생으로 호남 출신의 안티 페미니스트, <홍카콜라>를 즐겨보는 자유한국당 여성 지지자. 학교다닐 때 ‘OO고 얼짱’으로 날렸을 법한 미모의 소유자. 서울 소재 전문대 졸업. 게임회사 애니메이터로 일하다 퇴사 후 현재 이직 준비 중. 편의상 L씨로 칭함.

나 : 극단적인 페미니즘에 반대해서 남녀간의 화합을 추구하는 <성평화연대> 활동가라고 소개 받았어요. 어떤 단체인가요?

L : 활동가까진 아니고 가끔 집회에 참석하는 정도예요. <성평화연대>는 남녀간의 타협점을 찾고, 여성 인권에 관한 합리적 요구만 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입니다.

다음 대통령이 올바른 사람이 당선되면 페미니즘을 억압할 텐데 이때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파시스트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요. 그 때를 대비해서 미리 반페미 여론을 만드는 게 목적이죠.

나 : 언제부터 안티 페미니스트가 됐나요?

L : 저도 여자니까 처음에는 페미니즘에 호감이 있었는데, 강남역 살인사건 때부터 중립적인 입장이 됐어요. 낙태, 욕설, 김주혁 고인능욕 등 온갖 못된 짓을 다하고, 감정에만 앞서서 부나방같이 아무 이슈나 뛰어들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걸 보면서 안티페미로 돌아섰죠. 유죄 추정의 원칙, 박진성 시인 무고 사건, 서강대 외모평가 징계 사건 등 보면 볼수록 어이가 없었고, 정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범죄자 아닌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페미니즘

나 : 페미니즘의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보는지?

L : 범죄자 아닌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곰탕집 사건이나 꽃뱀 사건이 우리 아빠나 내가 아는 친구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워요.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즘 웃기는 게 예쁘고 날씬한 소수의 여성이 자신의 인지도 높이기 위해 평범한 다수의 여성을 이용한다는 점이에요.

나 : 외모 압력을 여자가 많이 받는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지 않나요?

L : 여자가 날씬한 몸매를 강요받는다면 남자는 식스팩 같은 걸 강요받지 않나요? 남녀의 문제는 아니죠.

나 : 중학생 때부터 화장하고 성형하는 문제는?

L : 중학교 때 화장하고 성형하는 건 날라리 양아치들이나 하는 짓이죠. 그들의 자기 만족적 행위가 유행이 된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사회적 압력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요. 그리고 싫으면 안 하면 되잖아요.

나 : 여자를 예쁜 장식품이나 트로피 취급하는 건?

L : 삼성에 다니는 30대 중반 여자 차장님을 뵌 적이 있는데, 그 분은 오히려 남자를 트로피처럼 거느리는 걸 봤어요. 여자가 학벌 되고, 능력 되고, 얼굴까지 예쁘니까 남자한테 아쉬운 게 없더라구요. 당당하고 자신감 넘쳐 보여서 부러웠어요.

나 : 그래도 남자든, 여자든 외모로 평가하는 건 옳지 않는 것 같은데?

L : 페미니즘 웃기는 게 뭔지 아세요? 예쁘고 날씬한 소수의 여성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평범한 다수의 여성을 이용한다는 점이에요. 우린 그걸 ‘여왕벌 현상’이라고 불러요.

한서희, 메두사, 설현, 김혜수가 그런 여왕벌들이에요. 다들 예쁘게 치장하고 다니잖아요. 미모가 자기의 무기인 걸 아니까 그들은 절대 탈코르셋 하지 않죠.

◇예쁘고 날씬한 여성이 인지도 높이려고 평범한 여성 이용하는게 페니미즘

나 : 정치적인 성향은?

L : 우파죠. 군대가 강하고, 시장이 살아야 나라가 잘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찾다 보니 그게 ‘우파’더라구요.

나 : 요약하면 부국강병인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L : 중학교 때 사회 과목을 좋아했어요. 선생님들이 안보와 경제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말씀해 주셨어요. 선생님을 잘 만난 것 같아요.

나 : 전남에는 전교조 교사만 있는 줄 알았어요.

L : 실제로는 좀 섞여 있어요. 제 생각엔 좌파들은 다 서울로 올라간 것 같아요. (웃음)

나 : 좋아하는 정치인은?

L :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존경해요. 할아버지가 군인이셨어요. 어릴 때 태극기 가지고 장난치면 태극기는 그렇게 함부로 다룰 물건이 아니라고 혼내실 정도로 나라 사랑이 유별한 분이셨어요.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은 딱 봐도 너무 좋아요.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다 좋아해요. 그래서 사람관리 못한 부분이 안타깝죠. 둘이 서로 어려울 때 도왔으면 둘 다 감옥 안 갔을 텐데…. 이런 생각하면 둘 다 감옥 가도 싼 것 같기도 하고…여러모로 안타까워요.

나 : 현역 정치인 중에서는요?

L : 홍준표. 그리고 요즘엔 하태경.

나 : 홍준표 왜 좋아하나요?

L : 그간의 행적이 좋아요. 도지사 시절에는 경남도의 채무를 제로로 만들었더라구요. 검사 시절에 조폭 소탕한 것도 멋지구요. 대선 때는 사이다 발언으로 당을 재건했죠.

나 : 하태경은?

L : 원래는 간잽이 이미지였는데 지금은 반페미 이미지가 강해요. 2030 남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사이다남’이 됐어요. 우리와 소통이 되는 정치인 같아요. 자유한국당도 하태경처럼 젊은 사람들 모아 놓고 소통하는 행사 좀 하면 안되나요?

나 : 아무도 안 모일 것 같은데….

L : 그건 그러네요.(한숨)

나 : 자유한국당에 대한 이미지는?

L : 나라를 잘 이끌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안 하는 정당. 이명박 때부터 아무것도 안 하는 정당. 심지어 쇼맨쉽도 없고, 민심 관리를 아예 안 하는 정당. 쇼라도 했으면 좋겠어요. 민주당은 사람 끌어모으는 걸 잘 하고, 자유한국당은 사람 흐트러트리는 걸 잘 하는 것 같아요.

나 : (켁) 자유한국당이 그래도 잘한다 싶을 때는?

L : 나경원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이요. 근데 나 대표는 페미니스트라 싫어요.

나 : 홍준표 말고 좋아하는 정치인은?

L : 창녀 지원에 반대한 민주당 홍준영 시의원이요. 그분 자유한국당에서 영입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나 : 지난 대선에선 당연히 홍준표 뽑았죠?

L : 사실은…문재인 뽑았어요.

◇문재인 찍은 것 후회한다

나 : (브루투스 너마저) 왜요?

L : 그 때는 홍준표에 관심이 없었어요. 당에 상관없이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라는 사람만 생각했는데 그 때 문재인의 게임업계 부흥 공약이 너무 좋았어요. 원래부터 게임 무척 좋아하거든요. 주변에서도 문재인 착하다, 문재인이 서민들 잘 챙긴다고 권유 많이 했구요. 그땐 영화회사 다녔는데 당시 팀장님이 대깨문이었어요. 지금은 반성하고 있습니다.

나 : 홍준표에 대해 관심 갖게 된 계기는?

L : 문재인 대통령이요. 처음엔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죠. 근데 북한 찬양하고 중국몽 어쩌구 할 때부터 이상하더니, 최저임금으로 알바 자리 날리고 싫은 짓만 골고루 하더라구요. 그리고 저희 게임업계는 근로시간 제한도 컸어요. 그 중에서도 제일 싫은 건 페미 대통령이란 거죠. 요즘 반성의 의미에서 홍준표 대선 TV토론 다시보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나 : 주변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나요?

L : 고향 친구 중에는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근데 직장 동료들은 좀 달라요. 27세 짜리 회사 오빠가 한 명 있는데 요즘 문재인 때문에 경제가 너무 안 좋다는 말 자주 해요. 넌 아직 어리니까 ‘헬조선’ 탈출해서 ‘빤스런’하라고 해요. 실제로 캐나다나 일본 취업 많이 생각하는 거 같아요.

나 : 자유한국당이나 홍준표는 꼰대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L씨가 생각하는 꼰대는 어떤 사람이예요?

L : 자기 틀에 박혀서 남의 이야기를 안 들어주는 사람. ‘나이도 어린 게’, ‘니가 뭘 안다고’가 주제곡인 사람. 나이가 벼슬인 사람. 구체적으로는 우리 작은 아버지요. 탐욕스런 돼지 같아요. 제가 서울로 대학 가겠다고 했을 때도 ‘내가 대학 나와봐서 아는데, 서울 가 봐야 돈만 깨진다’고 보태주는 것도 없이 산통만 깼죠. 지금은 법이 바뀌어서 여러 가지 학점 이수 방법이 있다고 설명해도 귓등으로도 안 듣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시대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꼰대의 특징이네요.

◇태극기부대, 남의 말 안듣는 행태서 벗어났으면....

나 : 태극기 부대에 대한 생각은?

L : 안쓰러워요. 다른 걸 못 보니까요. 박근혜 대통령 말고도 황교안, 홍준표 등 우파에 좋은 정치인 많은데 그걸 못 보고, 옛날 생각만 해서 박근혜에만 집착하는 게 안타까워요. 예전에 저희 우파 활동가들이 모여서 문재인 퇴진 촛불집회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한 박사모 태극기 할아버지가 오시더니 “촛불집회는 공산당이 하는 짓이야. 하지 마”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촛불로 당선된 문재인을 촛불로 끌어내리자는 취지라고 설명을 드렸는데도 “어이, 안돼! 그런 거 하지 마!”로 일관하시더라구요. 남의 말 안 듣고 자기 맘대로 해석하는 그런 나이든 사람의 전형적인 행태에서 태극기 부대나 자유한국당이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후기)

2시간여 동안 신나게 인터뷰를 마치고 카페를 나섰다. 카페가 좁아서 옆 테이블에서 우리가 한 얘기 다 들릴 것 같아서 좀 걱정 됐는데, 한 남자가 쫓아와서 L씨의 손에 쪽지를 쥐어줬다. ‘와, 이런 일이 다 있네. 영화 같다’고 호들갑을 떠는 나와 달리 그녀는 ‘뭐 연락처 주는 거겠죠.’라며 심드렁하다. 쪽지 내용은 예상대로 ‘남자친구 없으면 연락 주세요. 010-XXXX-XXX’였다.

반전은 여기부터다. 그 순간 나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스쳤다. ‘부럽다. 얘는 이런 쪽지 맨날 받나 보네. 역시 예쁘니까 다르네. 나도 옛날에는 쪽지 몇 번 받았는데. 나이 들고 뚱뚱해지니까 아무도 거들떠보는 남자가 없네… 저 자식(!)은 왜 나한테는 쪽지 안 주고 얘한테만 주고 지랄이야. 이거 외모차별, 나이차별 아니야?’ 웃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정말 0.1초만에 전광석화처럼 스친 생각이다.

20살 이상 차이 나는 남녀를 상대로 기혼 중년여성이 할 법한 정상적인 생각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너털웃음이 나왔지만 문득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흔히 못생긴 여자들이 페미가 된다고 비웃는다. 하지만 이 친구가 못생겼더라면 이렇게 자신 있는 안티 페미가 될 수 있었을까. 이 친구는 한 번이라도 외모 때문에 차별 받아 본 적이 있을까.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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