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가수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저자
소수자로 살아가며 맞닥뜨린 좌절과 혼란 진솔하게 들려줘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 미셸(정미) 자우너. /미셸 자우너 인스타그램

솔로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의 가수 미셸 자우너(Michelle 정미 Zauner)가 ‘새소년’의 황소윤과 협업해 싱글 ‘비 스윗’(Be Sweet) 한국어 버전을 공개했다. ‘비 스윗’은 재패니즈 브렉퍼스트가 지난해 발매한 음반 ‘주빌리’(Jubilee) 수록곡이다. ‘주빌리’는 빌보드 지난해 상반기 최고의 음반 50에 선정, 그래미 어워즈 신인상인 ‘베스트 뉴 아티스트’와 ‘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 후보에도 올랐다.

미셸의 ‘비 스윗’을 계기로 그녀의 베스트셀러 (Crying in H mart)가 새삼 주목받게 됐다(2월 28일 ‘문학동네’ 번역 출간). 가슴 뭉클한 성장기, 한국출신 엄마를 향한 추억과 그리움이 담긴 섬세하고 감동적인 에세이다. 한국의 혈연·문화 정체성을 가진 교포와 그 2세들이 미국 땅에 정착하는 과정의 아픔과 성장을 보여준다. 지난해 4월 해외에서 출간되자마자 미국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21년 뉴욕타임스·NPR 등 유수 언론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미셸은 유대계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 생후 9개월짜리 딸을 안고 미국 오리건주 유진으로 이민 온 미셸의 어머니는 딸을 엄하게 키운다. 여느 미국인 엄마들과 다른 자기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미셸이 뮤지션의 길을 걸으며 모녀 사이는 점점 더 멀어졌다. 미셸 나이 25세 때, 건강하던 어머니가 갑작스레 암 진단을 받은 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했으나, 어머니 사후 ‘한국계 정체성’마저 희미해지던 어느 날, 미셸은 ‘H마트’(미주 지역의 유명 한국 마트: ‘한아름’의 약자 H)에서 사온 식재료로 요리를 하면서 어머니를 다시 만난다. 생생한 것은 엄마가 해주시던 음식, 맛의 기억이었다. 인터넷과 유튜브를 찾아보며 된장찌개·김치 등을 만들어 먹는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미셸은 거기서 얻은 위안과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에 관해 담담하게 집필해간다.

책 제목에 있는 "H마트는 한국계 미국인에게 ‘고향의 맛’을 찾게 해 주는 보물창고"와도 같다. 2층 식당가에선 떡볶이와 뚝배기 찌개를 비롯해, 탕수육·짬뽕·볶음밥·짜장면 같은 한국식 중국음식을 맛볼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추억과 사연을 안고 이곳을 찾는다. 미셸 역시 H마트에서 생전의 어머니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되새긴다.

이 책은 어머니를 향한 추억과 그리움을 넘어, ‘예술인의 성장기’ ‘이민자의 자아찾기’로도 읽을 수 있다. 옮긴이 정혜윤 번역가는 "저자가 음악과 처음 사랑에 빠진 풋풋한 시절을 실감나게 기록해 놓았다. 부모의 극심한 반대, 생활고, 기약 없는 미래의 불안 등 젊은 예술가들이 흔히 겪는 시련도 솔직하게 들려준다"고 평한다. "아시아계 혼혈인 여성 예술가, 겹겹의 소수자로 살아가면서 맞닥뜨린 또 다른 종류의 좌절과 혼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는 점 또한 미국에서 널리 공감을 얻은 배경의 하나였을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 싱어송라이터로 알려진 미셸 자우너의 에세이집 . 출간 직후 미국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가 됐다.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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