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욱
김승욱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이 50일을 넘겼다. 15미터 높이 난간농성도 벌이고, 철제구조물에 들어가 시너통을 안고 목숨을 담보로 농성중이다. 이 일로 하루에 320억원의 매출 및 고정비 손실이 예상된다. 지체 보상금까지 합치면 총 누적 손실이 이달 말이면 1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대우조선의 총부채는 9조327억 원이며, 올해 상환이 임박한 단기차입금만 2조7천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의 매출액 대비 부채비율이 546%로 지난 3개월 사이에 155%포인트 늘었다. 지금까지 12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들어갔는데, 이번 파업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 국민 혈세로 유지되니 임금을 올릴 수도 없다.

게다가 파업 참여 노조원은 110여 개 하청업체 종사자 1만2천여명의 1%인 120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법원의 결정도 무시하고, 다른 협력업체의 생존권을 불모로 떼를 쓰고 있다. "이렇게 살 수 없지 않습니까?"라고 하지만, 사실 이런 경제위기 시대에 힘든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힘들다고 떼를 써서는 안된다. 물론 단체행동권이 노동기본권이지만 법질서 내에서 보장되는 것이다.

파업의 영어표현인 워크아웃(walkout)은 일을 거부하고 작업장에서 걸어나가는 것이다. 즉 파업은 일을 거부할 권리이지, 다른 근로자까지 일을 못하게 막을 수 있는 권리는 아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파업을 통해 공장이 멈춰서게 하고, 대체근로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게다가 이번 하청노조 파업은 교섭대상이 아닌 원청사의 시설을 점거해 글로벌 빅3 조선소를 막아 세웠다. 이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아무리 자신의 주장이 절박하다고 해도 이는 떼를 쓰는 행위고 이를 용인해서는 한국의 미래가 없다.

이번 파업은 노동자들에게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출신의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은 물론이고, 민주노총 금속연맹 위원장을 역임했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성현 위원장도 이번 파업에 비판적인 견해를 발표했다. 지난 20일에 거제 옥포조선소 앞에서는 대우조선 수천명이 파업철회를 요구하였다. 대우조선 노동자들은 금속노조 탈퇴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파업을 부추기는 민주노총과 시민단체들이다. 60여개 시민단체들이 2000명을 동원해 파업지지 ‘희망버스’를 23일에 거제로 보내기로 했다. 이는 대우조선과 협력사 직원 10만 명에게는 희망이 아니라 모처럼의 조선호황에 찬물을 끼얹는 절망을 주는 버스다. 2011년 한진중공업사태 이후 15번 등장한 ‘희망버스’는 한국의 노사관계를 폭력으로 얼룩지게 했다.

협력사 협의회와 하청노조측은 임금협상에서는 어느 정도 타협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손해배상 등 민형사상 소송 취하 요구로 난항에 빠져있다. 그동안 보여온 온정주의적 학습효과로 인해 파업 종료 때마다 노조의 면책 요구가 되풀이 되고 있다. 법과 원칙에 따른 엄중한 대응을 강조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 지난달 화물연대 총파업에서 노동계는 안전운임제 연장이라는 요구를 관철해 윤석열 정부는 노동개혁 시작도 하기 전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

이번 사태로 인해서 모처럼 찾아온 조선업 호황을 다 날려버릴 위기에 처한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기득권이 된 민주노총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동개혁 뿐 아니라 연금개혁과 교육개혁도 불가능하다. 앞으로 3대 개혁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파업에 대한 형사책임도 지우고, 손해배상금도 물려서 법과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더 이상 한국에서 떼법을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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