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주 소득법인세정책관, 고광효 세제실장, 추 부총리, 정정훈 조세총괄정책관, 김재신 관세정책관. /연합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주 소득법인세정책관, 고광효 세제실장, 추 부총리, 정정훈 조세총괄정책관, 김재신 관세정책관. /연합

윤석열 정부 첫 세제 개편안의 핵심은 감세(減稅)로 요약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거세게 몰아닥친 3고(高) 위기에 증시 등 자산시장 침체까지 겹치면서 팍팍해진 서민과 중산층의 어려움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이렇게 감세 카드를 꺼내든 것은 날로 악화하는 대내외 경제 여건에 당장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감세라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때처럼 나랏돈을 대규모로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고, 한국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기준금리 인상과도 정책 방향이 맞지 않는다. 특히 위험수위에 다가가고 있는 국가채무를 더욱 늘려 대외 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가채무는 1018조8000억원에 달한다.

감세에 초점을 둔 새 정부의 이번 세제 개편안이 실현되면 감세 규모는 13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33조9000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21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 가운데 상대적으로 무게가 실린 것은 부동산세제다. 이는 ‘부동산세제 정상화’라는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새 정부는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징벌적 세금을 물리는 현행 종합부동산세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종부세 과세체계가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 중과세율은 폐지되고, 다주택자도 1주택자와 동일한 기본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종부세는 문 정부 들어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형식으로 강화됐다. 당초 종부세율은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0.5∼2.0%였지만 문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을 계기로 중과세율이 도입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세율이 오르면서 다주택자 중과세율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세 부담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실제 현행 종부세 과세 기준을 적용하면 서울 강남권에 20억원짜리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집주인보다 지방에 10억원짜리 두 채를 가진 소유주의 종부세가 더 많다. 일각에서는 청년세대의 내 집 마련 사다리 역할을 하던 전월세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모두 없앴다는 말도 나온다.

문 정부가 강화했던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 방지 목적을 넘어 징벌적 과세였고, 1주택자와 다주택자를 편가르기한 실패한 정책이었다는 것은 올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등 두 번의 표심으로 확인됐다.

새 정부는 ‘유리지갑’인 직장인의 세금을 줄이기 위해 소득세 과세체계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그동안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과표구간과 세율이 그대로 유지되다 보니 급여생활자는 실질적으로 같은 급여를 받아도 세금을 더 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새 정부는 급여생활자를 대상으로 ‘소리 없는 증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을 수용, 소득세 과표 하위 2개 구간을 15년 만에 상향 조정했다.

다만 새 정부는 세율 체계상 과표 개편의 효과가 고소득자에게 더 크게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총급여가 1억2000만원을 초과하는 사람들에게는 근로소득 세액공제 한도를 5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줄였다.

소득세 과표 하위 2개 구간을 상향 조정함에 따라 면세자 비중은 37.2%에서 1%포인트 내외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새 정부는 매년 2%포인트 정도 면세자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까지 고려하면 면세자 비중이 감소하는 추세 자체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면세자는 근로소득세를 신고한 사람 중 과세표준이 0원이 되거나 과세표준이 0원보다 크더라도 세액공제 후 부과된 세액이 0원이 된 사람을 의미한다.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도 확대된다. 새 정부는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을 지급할 때 적용하는 재산 요건을 기존 2억원 미만에서 2억4000만원 미만으로 올리고, 지급액은 10% 안팎 늘리기로 했다. 이로써 맞벌이 기준 근로장려금은 300만원에서 330만원으로 올라간다. 자녀 1명당 자녀장려금은 7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인상된다.

새 정부는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에 대해 불요불급한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마른 수건 짜기’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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