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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은 일본어 ‘라-멘’에서 왔다. 국내에서도 일본식 ‘나마(生)라-멘’을 쉽게 맛보는 시대가 되기 전까지, 1970년대 이래 한국인들에게 라면이란 ‘꼬불꼬불한 국수’, 인스턴트 라면이 전부였다. 일본인들은 한자 없이 카타카나로 표기한다(ラ-メン). 중국어 ‘라-몐’(拉麵 la mian)에서 유래한 외래어이기 때문이다. 라-멘은 중국어 일본어의 합성어인 셈이고, 라면은 뒷글자 ‘麵’만 한국어로 발음한 것이다.

이름의 기원에 ‘Lao mian老麵’ 설도 있지만, ‘拉麵’에서 왔다고 보는 게 더 일반적이다. 반죽을 손이나 기계로 쳐서 뽑아내(拉) 쫄깃한 식감이 특징이기 때문이다. 1910년 도쿄 아사쿠사에 요코하마 차이나타운 출신 요리사 12명을 고용한 중화요리점 ‘라이라이켄’(來來軒)이 인기를 끌었다. 원래 ‘난킹 소바’(南京 메밀국수)가 주 메뉴였으나 새로운 명물이 등장한다. 계란·물·간수를 더한 밀가루 반죽으로 뽑아낸 국수에 일본화한 국물을 더해 손님들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라면집이 늘면서 ‘쇼-유 라-멘’(간장맛) ‘시오 라-멘’(소금맛) ‘미소 라-멘’(된장맛), 돼지뼈 육수 국물의 ‘톤코츠(豚骨)라-멘’도 등장한다.

더욱 획기적인 일은 ‘인스턴트 라면’, 나아가 ‘컵라면’의 출현이다. 닛싱(日淸)식품 창업자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 1910~2007)의 연구 노력 끝에 1958년 ‘치킨 라-멘’이 나왔다.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이었다. 일본에서 대히트를 친 후 1966년 미국에 진출했다. 삶아서 대접에 옮겨 젓가락으로 먹어야 하는 음식을 현지인들이 낯설어 하자, 컵에 담아 뜨꺼운 물을 부어 포크로 먹는 ‘컵누들’을 시도한다. 1971년 9월 본격적인 컵라면을 출시했다. 이 역시 세계 최초였다.

닛싱의 제품명 ‘Cup Noodle’이 훗날 컵라면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가 됐다. 지난 50여 년간 500억 개 이상 팔렸다고 한다(2022년 2월 기준). 특수 용기, 내용물을 짧은 시간 내 고르게 익히는 기술이 핵심이었다. 컵라면은 간식으로 개발된 것이라 분량이 적었는데, 1980년대 후반부터 한끼 식사용 ‘수퍼 컵’ 시리즈가 등장한다. 더 많은 양을 빨리 고르게 익히는 ‘기술 진보’ 덕분이다.

오늘날 현지화한 지구촌 인스턴트 라면을 다 합치면 80 여 종, 그 중 2020년 뉴욕타임즈 전문가 시식평가 1위를 차지한 게 ‘辛라면’이었다. (중국)라-몐은 (일본)라-멘을 거쳐 (한국)라면으로 세계적인 음식이 됐다. K컬쳐를 타고 글로벌시장 점유율 1위 또한 머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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