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세제개편안'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1일 53일 간의 국회 공백을 끝내고 21대 후반기 원(院) 구성에 합의했다.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였던 지난 50여일 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법안은 무더기로 계류됐다.

이 기간 동안 발의된 법안은 유류세 인하폭 확대, 임대차 3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을 포함해 70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뒤늦게 국회가 정상 가동에 들어갔음에도 시급한 경제 활성화, 민생법안의 심의에 속도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 부동산세, 소득세 등의 부담을 완화한 ‘2022년 세제 개편안’을 내놓자마자 더불어민주당이 ‘부자감세’라며 반대를 표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 정부 첫 세제 개편안의 국회 통과에 험로가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율 시스템에서 동일한 조건 변경을 적용할 경우 고소득자의 감세폭이 더 커지게 된다. 재정지출과 달리 감세는 세금을 많이 낸 사람이 더 많이 돌려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번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을 보면 1200만∼1400만원의 적용 세율이 기존 15%에서 6%로 9%포인트, 4600만∼5000만원 구간의 적용 세율이 24%에서 15%로 9%포인트 낮아진다. 그럼에도 소득이 적으면 이 같은 세제 개편의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

일례로 과표가 1100만원인 사람은 구간 변경의 수혜를 하나도 입지 못한다. 과표가 1200만∼4600만원인 사람은 최하위 구간 변경의 수혜인 18만원, 과표가 4600만∼8800만원인 사람은 2개 구간 변경의 수혜인 ‘18만원 + 36만원 =54만원’의 수혜를 받는 구조다.

통상 과표 1200만원은 총급여 기준으로 2700만원, 4600만원은 7400만원, 8800만원은 1억2000만원을 의미한다. 소득세 하위 2개 과표구간 변경만 놓고 보면 연봉 1억원 안팎인 근로자들이 가장 큰 수혜를 입는 것이다.

총급여액에서 아예 빠지는 식대 비과세 한도의 확대 역시 누진세율이 가파르게 오르는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다.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어나는 식대 비과세의 연간 한도 액 120만원이 각자의 과표구간에 의해 영향을 받는 구조다.

실제 현행 6%의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1200만원 이하 구간에서는 세 부담 감소액이 7만2000원에 그친다. 하지만 15%의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1200만∼4600만원 구간에서는 18만원, 24%의 세율이 적용되는 4600만∼8800만원 구간에서는 28만8000원으로 늘어난다. 특히 35%의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8800만∼1억5000만원 구간에서는 42만원으로 불어난다.

결국 과표구간 변경과 식대 비과세 한도의 확대를 조합하면 고소득자일수록 감세폭이 커지는 구조가 된다. 정부는 이를 차단하기 위해 총급여 1억2000만원, 즉 과표 8800만원 초과자에 대해서는 근로소득 세액공제를 30만원 줄였다.

물론 납부세액이 0원인 과세 미달자와 과표 1200만원 이하자는 직접적인 세제 개편의 수혜가 없다. 대신 정부는 식대 비과세 한도의 확대, 월세 세액공제율 상향 조정, 주택 임차용 차입금의 소득공제 확대 등 다른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세제 개편으로 과표 1200만원 이상 근로자는 모두 세 부담 감소의 혜택을 보게 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2일 소득세 하위 2개 과표구간을 상향 조정하면 과표 1200만원이 넘는 모든 근로자·자영업자의 소득세 부담이 줄어든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이 부자감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념적 코드를 앞세운 정치적 레토릭이자 프레임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것은 소득세제 개편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법인세 실효세율이 주요국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라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딴지를 걸고 있다.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에 대해서도 과도한 주택 보유를 통한 부동산 불로소득이나 투기는 차단해야 한다며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사용하는 ‘민생’이라는 말의 뉘앙스는 다르다. 세제 개편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다르다. 이에 따라 다수의 힘을 앞세운 거대 야당의 윤 정부 발목잡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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