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로어 올림푸스’.
네이버웹툰 ‘로어 올림푸스’.

네이버웹툰이 북미 아마추어 플랫폼에서 발굴한 ‘로어 올림푸스’(Lore Olympus)가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꼽히는 ‘아이즈너상’(Eisner Awards)을 받았다.

해당 부문에서 웹툰(webtoon)이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이 구축한 글로벌 웹툰 플랫폼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사건이기도 하다. 미국의 ‘코믹스’ 일본의 ‘망가’(漫畵), 한국엔 ‘웹툰’이 있다. ‘웹툰’ 자체가 한국에서 만들어 낸 말이다. 모바일 기기 등 온라인에서 보기 편하게 구성된 ‘세로 스크롤’(위에서 아래로 진행)이 특징이다.

아이즈너 어워즈는 미국 만화시장의 선구자인 윌 아이즈너(1917~2005) 이름을 따 1988년 설립됐다. 관련 업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다. 2014년 베스트 디지털·웹코믹 부문이 신설됐고, 2017년부터 웹코믹만 따로 평가해왔다. 시상식 전날(24일 현지시간) 아이즈너상을 주관하는 ‘샌디에고 코믹콘 인터내셔널’(CCI) 홈페이지에 따르면 베스트 웹코믹 부문 수상작으로 레이첼 스마이스(Rachel Smythe)의 ‘로어 올림푸스’가 선정됐다.

시상식에서 스마이스 작가는 "놀라운 상을 받게 돼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이 업적을 이룬 최초의 웹툰 창작자가 되어 영광", "‘로어 올림푸스’는 내 삶을 변화시켰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독자들과 함께 이 소식을 공유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훈(HUN)·지민 작가의 ‘나빌레라’가 함께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엔 이르지 못했다.

김형일 네이버웹툰 북미사업 총괄 리더는 ‘로어 올림푸스’에 대해 "놀라운 예술성과 스토리텔링으로 글로벌 독자들을 사로잡은 작품"이라며, "웹툰을 미국 시장에 꾸준히 알린 노력을 인정받게 돼 기쁘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다양한 작품들을 세계 시장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스마이스 작가는 네이버웹툰의 해외 도전만화 시스템 ‘캔버스’(CANVAS)를 통해 데뷔했다. 네이버웹툰이 업계 최초로 구축한 창작만화(UCC) 게시판 ‘도전만화’를 글로벌 시장에 적용한 아마추어 창작 플랫폼이다. 캔버스엔 현재 전 세계 82만여 명의 창작자들이 모여 대규모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로어 올림푸스’는 구전(口傳)된 올림푸스 신화를 뜻한다. 즉 그리스·로마 신화 속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인연을 사랑·성장·치유의 이야기로 재해석한 로맨스 판타지다. 2018년 3월 네이버웹툰의 영어서비스를 통해 최초 공개, 2020년 8월 정식 국내 연재가 시작됐다.

현재 1화(죽음의 냄새)부터 193화(아르테미스를 위하여)까지 나와 있다. 작품의 독창성과 재미를 인정받으면서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글로벌 누적 조회 수 12억). 지난해 미국 만화가이자 편집자인 하비 커츠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88년 제정한 ‘하비상’의 디지털 도서 부문 수상작으로도 뽑혔다.

‘로어 올림푸스’의 성공은 상상력을 통한 서사의 힘이 시간·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의 이야기도 얼마든지 ‘내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로 재구성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1970년대 한국 소녀들을 사로잡던 ‘캔디’ ‘베르사이유의 장미’ 역시 서구인을 주인공으로 일본인 작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였다.

로어 올림푸스 작가인 레이철 스마이스 작가.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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