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과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나란히 배치한 사진. /로이터=연합
화웨이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과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나란히 배치한 사진. /로이터=연합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안보 당국은 중국 화웨이가 미국에 설치한 통신 장비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 관련 통신까지 방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CNN방송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10여 명의 전·현직 국가안보 당국자를 취재한 CNN에 따르면, 화웨이 장비가 민간용은 물론 군이 사용하는 전파에 제약을 가하고 핵무기를 관장하는 미 전략사령부의 통신까지 교란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 FBI는 콜로라도와 몬태나 주(州)의 25번 고속도로와 네브래스카 주로 향하는 도로에서 의심을 살 만한 다수의 통신 패턴을 발견했다. 핵무기 보관소를 포함해 가장 은밀한 일부 군사 기지로 연결된 구간, 당시 25번 고속도로를 따라 값싼 중국산 통신 장비들이 설치돼 있었다. 수익을 못 낼 것으로 의심될 정도의 초저가, 더구나 군사기지 주변이라는 점에 주목한 FBI가 화웨이 장비 분석을 진행했고 미 국방부의 통신을 식별·방해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브렌던 카 위원에 따르면, "화웨이를 통해 오가는 스마트폰의 데이터가 현장 주변의 병력 동향을 드러낼 위험이 있다. 대륙간탄도탄(ICBM) 미사일공격 발생 시, 조기경보시스템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있다." 25번 고속도로를 따라 실시간으로 날씨와 교통 상황을 보여주기 위해 2014년 설치된 카메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카메라를 통해 미군 장비와 요원의 이동 상황이나 활동 패턴이 포착될 수 있다. 미 정보 당국은 중국이 이 카메라의 실시간 영상을 들여다 볼 뿐 아니라 해킹을 통해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카메라 중 일부가 화웨이 네트워크에서 작동한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이런 조사 결과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던 2019년 백악관에 보고됐고, 미 정부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시골 지역의 소규모 통신서비스 사업자들에 화웨이와 또 다른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의 장비를 철거하고 다른 장비로 교체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미 의회가 2020년 19억 달러의 보상 예산을 마련했다. 그러나 실제 철거가 이뤄진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다고 CNN이 전했다. FCC는 2만4000개의 중국산 장비 철거에 대한 신청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집권과 이 사안의 진척에 동력이 떨어진 것과의 관련성을 논하는 시각도 있다.

미 당국은 2019년 중국 기업이 땅을 사들이거나 지방정부 소유 자산을 개발하겠다고 제안한 곳들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했다. 유타주에서 극초음속 무기를 시험하는 군사시설 인근에 진행 중이던 사업계획을 취소시키기도 했다.

미 상무부 역시 중국 장비 퇴출을 위해 더 시급한 조처가 필요한지, 자체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화웨이는 이미 금년 1월부터 미 국가기밀 유출 의혹으로 조사를 받아 왔다고 전해진다.

멍완저우 중국 화웨이그룹 부회장(왼쪽)이 3월 28일 궈핑 순환회장과 함께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2021 연례 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멍 부회장은 캐나다에서 3년 가까이 가택 연금돼 있다가 작년 9월 석방돼 귀국했다. 귀국 메시지나 그녀를 거국적으로 환영하는 모습에서 이 문제가 ‘애국주의’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FP=연합
멍완저우 중국 화웨이그룹 부회장(왼쪽)이 3월 28일 궈핑 순환회장과 함께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2021 연례 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멍 부회장은 캐나다에서 3년 가까이 가택 연금돼 있다가 작년 9월 석방돼 귀국했다. 귀국 메시지나 그녀를 거국적으로 환영하는 모습에서 이 문제가 ‘애국주의’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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