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을 분배라 우기지 말라
약탈을 분배라 우기지 말라
  • 최성재 교육문화평론가
  • 승인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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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조와 좌파는 생산에 적대적인 세력이면서 사자의 몫을 가져간다. 그것은 천사의 분배가 아니라 천사의 가면을 쓴 악마의 약탈이다.∥

◇1980년대 운동권에 세뇌된 나라


1989년 6월 30일 전대협 주체로 한양대에서 열린 ‘모의평양축전’ 행사장에서 참가한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지며 진압경찰에 맞서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자신의 말장난을 '원칙 바로 세우기'라 확신할 정도로 자아도취에 빠진 중증 명분론자들이 늦가을의 서리 바람을 맞고, 해마다 머리꼭대기의 가지들이 뎅겅뎅겅 잘려나가 무뇌아처럼 흉물스러운 서울의 가로수에서 제멋대로 떨어지는 칙칙한 낙엽처럼 어지럽게 나뒹군다.

탐스럽게 가꿔진 잔디밭에, 눈에 번쩍 띄는 미인도 한 발짝 들여놓지 못하는 대학의 제일 큰 잔디밭에 다짜고짜 쳐들어가서 '잔디 보호 금줄'을 짓밟아 버리고, '잔디를 보호합시다'란 팻말을 걷어차고, 내일 당장 세상에 종말이 올 듯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저네들끼리 많아야 백여 명이 듬성듬성 모여서 꽹과리와 스피커로 악다구니를 피우다가,

방문객들이 힐끔힐끔 쳐다볼 뿐 도대체 아무 호응이 없는 세태를 크게 개탄하며 으슥한 술집으로 몰려가 비분강개하던 자들이, 언제 보니 밝고 화려한 안방극장을 온통 독차지하고 있다.

알고 보니 세상에! 사회 보는 자도 한 패이고 드라마의 등장인물도 한 패이고 개그하는 자도 한 패이다. 아나운서도 기자도 PD도 한 패이다. 이들 중에는 거리에 나와 노란 수건을 두르고 제일 앞장서서 세상의 온갖 '악'을 향해 바락바락 악을 쓰는 자도 있다. 이들이 전가의 보도인 양 자랑스럽게 꺼내어 밝은 햇빛 아래 높이 치켜드는 것이 바로 분배요 평등이다.

◇약탈과 분배, 획일과 평등을 구별 못하는 지식인들

분배? 평등? --이 좋은 말을 그들은 괴상망측하게 사용하고 있다. 저 오랑캐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에 번개같이 나타나 활을 쏘고 칼을 휘둘러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 일 년 내내 땡볕에서 농부들이 피땀 흘려 지어놓은 곡식과 잘 먹여 살이 통통한 소와 양과 돼지를 빼앗아가며 환호하던 오랑캐들!

아니면, 왜구들! 가득 찬 곳간을 바라보며 고단한 몸을 벽에 기대고 따뜻한 방에서 식구끼리 얘기꽃을 피우는 해변의 마을에 어김없이 날랜 배를 타고 바람처럼 나타나 마을에 불을 지르고 부녀자를 겁탈하고 장정이나 아이나 노인들은 개나 닭 잡듯이 때려잡던 왜구들! 이들은 그렇게 약탈한 것을 저들끼리는 잘 나눠가졌다.

이들이 말하는 분배는 바로 이 약탈에 이은 자기들끼리 갈라먹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이 말하는 평등은 이웃 나라의 농민을 많이 죽이고 불을 많이 지른 순서대로 위아래 잘 구분하여 골고루 갈라먹고 일 년 내내 피땀 흘려 농사지은 자들은 도리어 악의 세력이라며 통쾌하게 처단한 것을 소재로 대서사시를 읊으며 부어라 마셔라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의 사전에 생산은 없다. 약탈을 분배라 확신하고 파괴의 공헌에 따른 차등 분배를 평등이라 맹신하는 그들이 생산에 대해 알 리가 없다. 스탈린을 보라. 모택동을 보라. 김일성과 김정일과 김정은을 보라.

그들은 농부와 노동자가 피땀 흘려 생산해 놓으면, 그 생산자들을 이간시켜 자아비판하고 상호비판하는 와중에 저도 모르게 서로 원수가 되어 원한에 사무치게 만들고는, 유유히 트럭을 몰고 와 생산물을 몽땅 싣고 가서 당 중앙에 대한 충성의 순위에 따라 차등 있게 갈라줄 뿐이다.

◇한국의 노조는 약탈자

1990년대 이후 한국의 노조를 보라. 그들은 기업주가 사내유보금과 은행에서 빌려온 자본으로 값비싼 첨단 기계설비를 들여오고, 연구개발을 파격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하여 신기술을 개발하고, 유능한 경영인과 함께 언제나 살얼음 위를 걷는 마음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노심초사 생산한 것을 치열한 국내외 시장을 뚫고, 여차하면 기업이 쫄딱 망하는 치열한 경제 전쟁터를 뚫고 간신히 판매해서 현금화하면 이를 대부분 가로채고,

한 사람이 할 일을 두 사람이 나눠서 생산에 일부 기여한 주제에, 납품업체인 중소기업에 돌아갈 몫마저 되놈이나 왜놈이 조선의 농가를 약탈하듯이 반 이상 후려쳐서, 그 노동자들이야 두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이 하면서도 갓난아기 우유 값, 초중고에 다니는 자식의 학습지(학원은 어찌 상상하랴) 대금을 대든 말든, 정권의 비호를 받아 이제 군대와 경찰도 어쩌지 못하는 노조에 소속된 자들의 부른 배를 더욱 불리는 것을 언필칭 분배라 이른다.

그건 분배가 아니라 약탈이다. 생산이 아니라 파괴이다. 평등이 아니라 갑질이다. 슈퍼 갑질이다.

분배란 자기가 생산한 만큼 가져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생산에 참여하지 않은 오랑캐나 바이킹이나 왜구, 입만 가벼울 뿐 손발이 무거워 생산에 기여한 바가 적은 게으름뱅이 농부나 농땡이 노동자에게는 적게 주는 것이 공평한 분배요, 이 공평한 분배가 바로 평등이다.

옛날과 달리 대지주가 나라 전체에 한 명도 존재하지 없고 대기업의 대주주도 주식을 사회와 국가와 세계에 다 환원하고 1%에서 5% 정도만 갖고 있는 나라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대지주와 지분이 별로 없어 종이호랑이나 다름없는 기업가를 권력과 집단의 힘으로 위협하고 성토하여, 설령 적자가 나더라도 대기업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생산한 것의 두 배 세 배를 가져가는 것은 분배가 아니라 약탈일 따름이다.

가련한 중소기업의 사장을 옛날의 대지주로 여기고 파업할 때마다 노조의 중간급 간부들이나 그들의 사주를 받은 과장이나 부장이 거래처를 바꾸거나 납품단가를 터무니없이 깎아 버려, 그들이 생산한 부가가치의 반 이상을 가로채어 대기업의 노동자들이 우리보다 1인당 GDP가 두세 배 높은 나라의 노동자보다 적지 않은 연봉을 받아 가는 것은 분배가 아니라 착취일 뿐이다.

단순 노동에 연봉 2천만 원을 준다고 하면 한꺼번에 100만 명이 원서를 들고 와서 밤새워 궁궐의 대문이 열리기만을 바랄 나라에서, 연봉 1억 원에 육박하는 초고액 '로열패밀리'들이 단 한 번도 기본급만 받아간 적이 없으면서, 기본급만 주면 당장 폭동을 일으킬 '조직의 사람'들이 기본급이 어쩌네, 통상임금의 산입 범위가 저쩌네, 이과수폭포처럼 괴성을 지르고, 정의의 사자인 양 선심 쓰듯 최저임금 시간당 1만 원을 떼창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합창하는 것은 최소한의 상식과 양식이 있는 국민 누구나 허탈하게 만들 뿐이다.

한국에서 경제개발 시대에 분배가 왜곡되었고 평등이 유린되었다고 호도하지 말라. 어느 나라보다 분배가 잘되었다. 너무 잘되어 문제였다.

첫째는 과잉 고용을 통해서,

둘째는 서구식 성과급제가 아닌 공산국가보다 더 사회주의적인 한국식 연공서열제를 통해서, 셋째는 세금을 통해서!

◇정부 대신 복지를 담당한 한국 기업의 과잉 고용

한국에서는 반세기 이상 기업이 정부 대신 복지를 담당했다. 언제나 과잉 고용했었다. 10% 정도는 늘 불필요한 인원이었다. 《부즈-알렌 보고서》에서 외환위기가 닥치기 불과 몇 달 전에 2.0%로 완전고용을 자랑하던 한국을 향해 잠재 실업이 11.3%라고 엄중 경고했다.

9.3%가 과잉고용이었다는 말이다. 그 많은 인원을 한국의 기업이 공짜로 먹여 살려 주었다는 말이다. 지금도 노조가 결성된 대기업과 공기업에서는 대부분 20% 정도의 과잉 고용을 하고 있다.

한국만큼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악착같이 무자비하게 받아 가는 나라가 없다. 구멍가게라도 해 본 사람은 한국의 세무서가 얼마나 무서운지 안다. 조세부담률이 2018년 21.2%였다. 생산의 주축인 주식회사의 법인세가 제일 큰 관심사인데, 트럼프가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내릴 때, 문재인은 22%에서 25%로 올렸다.

그 결과는 한미(韓美)의 경제성장률 역전이다. 우리나라보다 GDP 덩치가 15배나 큰 미국이, 제조업 밀물 사태가 일어난 미국이 제조업 썰물 사태가 벌어진 한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졌다. 20년 만의 역전!

유리알 봉투라고 하지만, 근로자들은 면세점을 지속적으로 높여서 2016년 기준 총600조 원의 임금에 대해 겨우 31조 원밖에 안 냈다. 기업이라면 그 정도의 부가가치에 대해 200조 원은 여차하면 좌파 언론의 성토와 좌파 정부의 세무조사와 좌파 검찰의 자의적 압수수색을 동원하여 확실히 빼앗아 간다. 세금만 무거운 게 아니다. 각종 준조세가 한국만큼 무거운 나라가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으스스한 앵벌이식 준조세도 안 낼 수가 없다.

구멍가게 하나 경영해 보지 않은 백면서생들이 입만 벙긋하면 사회환원을 표독스럽게 외치지만, 한국 회사들은 과잉 고용에다가 호랑이보다 무서운 세금과 달걀귀신보다 으스스한 준조세(정치 뒷돈 포함)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기부할 여유가 없었다.

아니, 이런 걸 다 합하면 록펠러나 게이츠보다 우리나라 대기업주들이 결코 사회에 환원한 것이 적지 않다. 서양의 기업, 특히 미국 기업들은 불필요한 사람은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는다. 불필요하면 가차 없이 해고한다. 게다가 준조세는 한 푼도 없다!

◇한국의 한솥밥 공동체 문화에 기업은 고생하고 욕먹고

우리는 한솥밥이라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문화라서 노조가 있건 없건 경제개발 초기부터 어지간해서는 노동자를 해고하지 않았다. ‘다정도 병인’ 민족답게 차마 그렇게 못했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었다. 외환위기는 사실 이렇게 고용시장이 유연하지 못한 데서 오는 적자가 쌓이고 쌓여서 터진 사건이다.

대우그룹이 가장 좋은 예이다. 다들 30%를 내쫓는다고 했는데도 김우중 회장은 끝내 한 명도 안 내보내다가 금융이 경색되면서 전 대우 가족이 길거리에 나앉았던 것이다.

불필요한 인원을 내보내고 생산성을 올려서 흑자를 내고 그렇게 쌓인 사내유보금으로 다시 투자를 늘려 내보냈던 사람들을 재고용하고, 이어 더욱 열심히 톡톡 튀게(창의적으로) 일해서 흑자를 더욱 늘려 다시 투자를 하면서 신입사원을 뽑고, 이렇게 선순환으로 가야 하는데, 우리는 약탈을 분배라 우기며 이런 살 빼기(workout)를 제대로 못했다. 외환위기 후에도!

9년간 친기업적 정부가 양대 노총에 시달리면서도 그나마 숨통을 틔어 주는가 했더니, 최장기 무역흑자로 세계 8대 선진 경제권으로 올려놓는가 했더니, 촛불 정부 2년 만에 웬걸 빈부격차는 더 심해지고 4대 보험이 자동으로 가입되고 퇴직금이 당연지사인 알짜 일자리는 급속하게 줄었다.

왜? 분배가 아닌 약탈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이란 금도끼 은토끼 달나라 정책으로, 특히 한계 상황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노동자의 생산성 이상을 악법의 채찍과 권력의 몽둥이로 무자비하게 약탈해 갔기 때문이다. 이제 전 세계가 배 아파하던 사실상 중국과 독일에 이은 세계 3대 무역흑자국이 외환위기 직전처럼 숨 막히는 무역적자로 돌아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한국 노조의 치외법권과 좌파정부의 강 건너 불구경

더군다나 노조가 경제세력이 아니라 청와대와 국회와 법원을 다 합한 권력조차 능가하는 정치세력으로, 육식성 공룡으로 돌연변이하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아르헨티나가 허겁지겁 달려갔던 석양의 고속도로에 들어선 지 오래다. 아름다운 석양 뒤에 짙은 어둠이 거대한 입을 벌리고 있는 16차선 누더기 고속도로에 들어선 지 오래다.

그동안 쌓아 두었던 걸 서로 혈안이 되어 뜯어먹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에 벌어놓은 것이 워낙 많아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전 국민이 깡통 차는 것--그것이 결코 수만 리 떨어진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분배라 호도하면서 반세기 이상 약탈을 일삼다가 국제 깡패 겸 국제 거지로 전락한 나라 아닌(de jure) 나라(de facto)가 등잔 바로 아래 숨어 있다.

언제 다가왔는지 수만 리 아르헨티나의 약탈 망령이 손짓하고 수십 리 북한의 흡혈 귀신이 옆구리를 찌르고 있다. 약탈 망령의 손에는 긴 손톱이 석양의 햇빛을 받아 날카롭게 빛나고 있고 흡혈 귀신의 입에는 긴 송곳니가 뾰족 튀어 나와 있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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