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이재구

그리스 신화에서 발명과 기술의 신 헤파에스토스는 크레타 섬을 지키는 ‘탈로스’라는 청동 거인을 만든다. 이는 상상 속에 등장한 세계 최초의 로봇으로 꼽힌다. 기원 전 1세기 그리스 수학자 헤론은 신전의 돌문을 자동으로 여닫기 위해 증기엔진을 만들었다고 한다. 신이나 인간 모두 자신을 대신하거나 힘을 보태줄 존재, 즉 로봇이 필요했던 셈이다.

1920년 체코 소설가 카렐 차페크는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을 발표하면서 ‘로봇’이란 단어를 처음 썼다. 여기서 로봇은 ‘인간의 힘든 일과 근심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다. 이들은 결국 인간에 반란을 일으킨다. 이후 로봇이 인간에 직접적 위해를 가할 것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스토리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보듯 강력하게 이어져 오고 있다.

1962년 세계 최초의 산업용 로봇인 ‘유니메이트’가 GM 자동차 공장에서 용접 등의 작업을 시작했다. 로봇들은 공포스런 공상과학 이야기와 달리, 어렵고 힘들고 더러운 작업을 수행하며 인간들을 대신하거나 도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인력난 속 생산 해결사 노릇도 톡톡히 했다.

최근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진이 로봇시대의 달갑지 않은 이면을 전했다. 작업 중 부상 감소 추세와 별개로 로봇과 일하는 공장 노동자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로 약물과 알코올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로봇과의 경쟁에 따른 실직 불안감, 새 업무 수행차 재교육을 받아야 하는 점이 이유였다. 이로 인해 관련 사망자 수가 10만 명 당 37.8명으로 크게 늘었다고 했다. ‘로봇화 사회’가 미국 노동자들에게 술과 약물을 권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힘든 일’은 사라지게 했지만 ‘근심’은 사라지게 하지 못한 로봇화의 위험성에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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