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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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지인으로 가득찬 윤석열 궁궐."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1인 시위 때 들었던 피켓에 적힌 문구다. 그녀가 시위에 나선 이유는 얼마 전 불거진, 대통령실 직원의 사적 채용 논란 때문이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등 선출직 공직자를 보좌하는 공무원은 별정직으로 뽑으며,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공개 채용보다는 해당 공직자와 인연이 있는 이가 채용되는 게 관례였다. 이 원칙만 말했다면 사그라들 의혹이었지만, X맨이 아닌지 의심되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높은 자리도 아니고 행정요원 9급인데 뭘.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 강릉 촌놈이."

대통령실 9급이 대단한 게 아니라는 취지였지만, 이 말을 듣는 이들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연봉도 낮고 높은 자리도 아닌데, 권성동은 왜 장제원 의원에게 꼭 뽑아달라고 청탁까지 했을까? 그후 윤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야당은 이를 가만 보고만 있지 않았다. 야당의 X맨 고민정이 피켓을 들고 나선 것이다.

정상적인 인물을 찾기 어려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고민정은 특별한 분이다. 기본적인 능력치가 떨어지는 데다, 말과 행동을 할 때 전혀 고민을 안해서다. 청와대 대변인 시절 선거캠프와 캠핑장을 구별하지 못해 망신을 산 적도 있었고,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2월에는 반려동물들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는 희한한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강아지들에게 투표권이 없다는 걸 고민정이 모르는 게 아니냐?’는 질문을 던진 건 조롱이 아닌, 진심이었다.

그런 고민정이 이번 사적 채용 논란에 뛰어든 건 번지수를 잘못 찾은 행동이었다. 어차피 공채가 아닌 별정직 공무원 채용에서 따져야 할 건 그 일에 적합한 능력을 가졌는지 여부, 고민정에게 ‘너는 능력으로 대변인에 뽑혔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건 당연했다. 분교이긴 하지만 그녀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같은 경희대 출신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녀가 문통의 숨결을 알 정도로 가깝지 않았다면, 청와대 대변인은 언감생심이 아니었을까?

고민정은 자신이 14년간 아나운서로 재직한 능력자여서 사적 채용이 아니라 말하지만, 그녀보다 더 오래 아나운서로 있던 이가 한둘이 아닌데다, 고민정이 그동안 9시 뉴스앵커 등 방송사의 간판이 될 만한 프로를 맡은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런 반박은 힘을 잃는다. 고민정은 ‘포털에서 검색을 해보면 내 이름이 많이 나온다’고 억울함을 표시하지만, 청와대에 가기 전까지 고민정이란 이름을 들어본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녀 말대로 2005년부터 검색을 해봤더니 다음과 같은 정보가 나왔다.

-김경란 아나운서가 9시 뉴스 앵커로 간 틈에 ‘스폰지’라는 인기프로 MC가 되지만, 4개월만에 하차했다. 4개월이나 버틴 게 용했다.

-‘특명 공개수배’를 진행하며 지적인 인상을 주기 위해 4각테 안경을 썼다. 그리고 안경이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중국 유학도 갔다왔다. 하지만 중국어는 잘 못한다.

-명품 백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게 알려져 개념 아나운서로 등극했다. 개념이 욕봤다.

-2016년 1월 18일 전직 간첩 신영복의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읽었다. 거기서 문통을 만난다.

-2017년 2월 4일, 문통의 북콘서트 사회를 보다 지지선언을 한 뒤 캠프에 합류한다.

여기 어디에 청와대 대변인의 자질이 있을까? 물론 이것 말고도 관련 기사가 더 나오긴 하지만, 그 상당수가 시인인 남편과 관련된 것들, 전여옥 전 의원이 고민정의 발탁을 ‘러브스토리 영입’이라고 폄하했던 이유다. 고민정에게 말씀드린다. 고마워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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