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근
박석근

어떻게 해서 되찾은 정권인가. 0.73% 차이가 천신만고 하늘의 도우심이었다는 사실을 그새 까맣게 잊기라도 했단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벌써부터 권력에 취하고 논공행상에 눈멀어 국민들이 보이지 않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최근 대통령 국정지지도 하락은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한몫 했겠지만, 논란을 해명하는 태도,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일을 제대로 못하는 당정에 원인과 책임이 있다.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선택한 이유는 지난 정권이 저질러놓은 병폐를 하루빨리 뿌리뽑아달라는 간절한 호소였다. 그런데 집권 2개월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대내외적 위기상황에 당정의 기민한 대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권력다툼의 악취가 스멀스멀 새어 나온다.

대중은 힘 있는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권력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정치 진영을 떠나 사람의 생래적 본성이다. 그러므로 권세가 크면 큰 만큼 몸을 낮춰야 하고, 권세를 누리는 순간 멸망의 길로 들어선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은 성현의 가르침이기 전에 역사의 경험칙(經驗則)이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문제만 해도 그렇다. 윤 대통령 외가 6촌 동생과 지인 자녀, 김건희 여사가 운영하던 회사 직원 두 명. 최근 불거진 권성동 의원의 지역구 선거관리위원 아들 천거와 채용. 거기다 "7급에 넣어달라고 압력을 가했는데 9급에 임용됐다"는 어이없고 요령부득한 발언에 대응한 장제원 의원의 "거친 표현" 운운은 누가 봐도 논공행상 불만과 당내 권력다툼으로 비친다. 특히 권 의원의 지역구 선관위원 아들 채용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이해충돌이다. 불과 얼마 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권 직무대행은 강원랜드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되어 경을 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의원은 오이밭에서 신발 고쳐 신었고, 보란 듯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맸다.

사적채용 논란에서 불거진, 문제인식 없이 호시탐탐 촛불 들 기회만 엿보는 야당에 빌미를 마련해준 대통령실 인사수석, 그보다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당정의 오만한 태도가 더 큰 문제였다. 거기다 당대표 징계와 관련해 내분이 일어난 구태정당 이미지, 그리고 대내외적으로 직면한 위기 상황에 절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한 당정, 대통령 지지율 추락은 이처럼 모두 제각기 한몫씩 한 결과다.

국민은 권위적이지 않으면서 일 잘하는 강한 정부를 원한다. 지난 정권이 저지른 병폐들을 하루빨리 뿌리 뽑고 국정을 바로세우기를 염원한다. 겸손하고 일 잘하는 강한 정부, 이 세 박자가 맞으면 지지율은 자연스럽게 오른다.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면 겸손하게 협조를 구하고 로드맵을 제시하여 행정의 예측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 이런 게 원활하지 않으면 정권과 국민 사이에 불화가 생긴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만 해도 그렇다. 대중은 대우조선해양이 부도 위기를 겨우 넘긴 법정관리회사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야당과의 여론전에서 밀린 탓이다. 공영방송은 여전히 전 정부가 임명한 사장들이 버티고 있고, 특정 뉴스를 프레임에 가둔 채 이슈화하며 반복적으로 보도한다. 기존 보수신문들조차 공정보도보다 깎아내리는 데 익숙한 대중심리에 편승한다. 일각에서 제기된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 따른 부작용은 곁가지일 뿐이다.

사마천 사기(史記)에 조진궁장(鳥盡弓藏)이란 말이 나온다. 새를 다 잡은 활은 창고에 다시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이 평정되면 공신들은 직을 내려놓고 본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한다. 권성동·장제원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던 윤석열을 제1야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었고, 당선에 이를 때까지 고비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공신이었다. 국가와 정당을 생각한다면 사마천의 조진궁장의 뜻을 새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재인 정권 나부랭이들처럼 병폐를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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