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기
홍성기

‘민심이 곧 천심이다’는 정치가들이 흔히 쓰는 표현이다. 전쟁과 가난의 시대에는 그럭저럭 먹고 살며 자식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안정된 가정과 사회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민심이고 천심이다. 그러나 SNS로 촘촘히 연결된 세계 10위권 경제의 한국이라는 대중사회에서 민심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민심은 정치가와 언론이 던지는 각종 프레임과 포퓰리즘, 거짓 뉴스의 ‘낚시터’이고, 민심은 아이돌 정치가의 ‘빠’이며, 민심은 정치를 협박하는 ‘폭탄’이다. 또 드루킹 사건에서도 볼 수 있지만 민심은 조작된다. 숫자가 곧 민심이고 천심이다! 지난 30년 한국의 정치를 돌이켜 보면 좌파는 이 모두에 고수이고 우파는 이 모두에 하수이다.

그러나 대규모 촛불시위는 우파의 자업자득이었다. 광우병 공포는 명백히 노무현 정권이 만들어 국민의 뇌리에 각인시켰지만, 이명박 정권은 그 위험성을 보지 못했다. 또 촛불시위가 수그러들자 ‘악몽 잊기’에 바빠 이 전대미문 집단 히스테리의 자초지종을 기술해야 할 광우병 백서를 계획조차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에서도 이런 ‘묻지마 사실’ 자해 행위는 계속되었다. 2014년 2월 윤진숙 해수부 장관은 여수에서 일어난 유류 유출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당시 윤 장관이 독감에 걸려 기침을 하는 장면을 한 공영언론사 기자가 찍어 마치 기름 냄새 때문에 코를 손으로 막은 것처럼 보도했다. 여론이 악화됐고 결국 윤 장관은 문자를 통해 해임됐다. 또 총리 후보에 오른 문창극 씨가 어느 교회에서 한 강연을 공영방송의 한 기자가 악마의 편집과 자막을 통해 그를 인간 말종으로 만들었고 그 역시 낙마했다.

그렇다면 현 윤석열 정권에서는 자해 행위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여당의 지휘부라는 자들의 오만은 물론, 부정선거 재판에서 쏟아져 나온 이상투표지에 대해 피해 당사자 여당은 일말의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 팩트에 대한 무관심, 그것은 곧 선동의 초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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