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만족도와 행복도는 미혼 남녀의 연애, 결혼, 출산 의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연합

결혼정보회사 듀오는 매년 25세 이상 39세 미만의 전국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상적인 배우자상’을 공개해 왔다.

2000년대 초부터 지난 2021년까지 이상적인 남편과 아내의 직업으로 부동의 1위는 공무원과 공사 직원이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구조조정, 벤처 거품 붕괴와 이른바 공무원 보수 현실화 등에 따라 부동의 1위가 된 것이다.

공무원의 경우 고용 안정성과 공무원 연금을 고려하면 생애 총소득이 세계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 직원보다 낫다는 말도 나온다. 게다가 노동강도 역시 약하고, 자기계발 기회도 많다.

공공부문의 규모, 처우(보상), 임용 방식 등은 단지 경제적 측면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청년 대학생 인재의 흐름을 좌우하는 사회적 유인보상체계, 사회 전반의 직업 만족도·행복도, 미혼 남녀의 연애·결혼·출산 의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치적 측면은 더 중요하다. 공공부문의 정의는 "정부 단위와 정부 단위에 의해 소유되거나 지배되는 모든 제도 단위"다. 한마디로 정치 권력이 쥐락펴락하는 부문이다. 공공부문의 자리, 예산, 사업은 선거 승자의 전리품이기도 하다. 선거 승자가 자의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전리품이 많으면 정치 갈등은 격화되고 선거전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모든 나라의 헌법과 법률은 공무원의 대부분을 선출된 공직자가 통할하게 돼 있다. 사법기관이나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공공기관은 겉으로는 지배구조와 운영방식이 전문성·독립성·중립성을 구현하게 돼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치 권력이 좌지우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한국에서 정치의 본말이 전도되고, 선거전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것은 공공부문이 광대무변하고, 정치 권력이 개인·기업·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나 지대하기 때문이다.

비대하고 귀족화된 공공부문과 승자독식의 정치 권력을 그대로 두고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공공부문이 덮어쓴 베일을 철저히 벗겨내지 않은 것은 선진적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크나큰 실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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