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시 이후 인기몰이 중인 LG전자의 스마트TV 겸용 이동형 무선 스크린 ‘스탠바이미’. 이 제품은 원하는 공간에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으며 화면을 세로로 돌리는 등 화면의 위치와 방향 조절도 가능하다. /LG전자

가전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올 2분기 이후 본격화된 물가상승이 가정경제를 압박하며 큰돈이 필요한 가전제품 구매 수요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업계는 이를 타개할 돌파구로 신(新)가전에 힘을 쏟고 있다. 고객이 불편을 느껴왔던 ‘페인포인트’를 해결해줄 신가전과 이색가전의 라인업을 강화해 업황 부진을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2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신가전이 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주력해왔던 TV·세탁기·냉장고 등 전통 대형가전 시장이 고물가 기조 속에 급속히 침체하고 있는 반면 의류관리기·식기세척기·건조기 등 신가전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높아지자 시장의 니즈에 맞춰 성장동력의 중심축을 신가전 쪽으로 이동시킨 결과다.

실제 오픈서베이가 최근 내놓은 ‘가전제품 트렌드 2022’ 리포트에 의하면 소비자가 꼽은 구매희망 가전제품 1위는 의류관리기였다. 응답자 4명중 1명꼴(25.1%, 복수응답)로 1년 내 의류관리기를 구매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안마의자(24.8%), 음식물처리기(22.1%), 식기세척기(21.8%), 건조기(16.4%)의 순이었다. 톱5에 전통가전은 없었다.

전통가전의 약세는 해외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지출 외에 지갑을 닫으면서 북미·유럽·중국 등 3대 가전시장이 모두 꺾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미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10일 공시된 2분기 잠정실적에서 양사의 영업이익은 1분기보다 각각 0.85%, 59.3% 줄어들었다. 증권가는 소비자가전(TV·생활가전)의 판매부진이 성장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 비중이 높은 LG전자의 경우 생활가전(CE) 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 1880억원의 6분의 1인 310억원대로 추정됐다.

이에 가전업계는 세상에 없던 이색가전을 포함한 신가전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경기가 어려워도 자신의 불편을 덜어줄 제품이나 독특한 제품에는 물욕이 발동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이색가전은 기발한 것에 열광하는 신소비주체인 MZ세대의 지름신을 자극할 최적의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시장 공략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가전 명가’ LG전자다. 세계 최초의 의류관리기 ‘스타일러’로 메가히트를 친 이래 신가전·이색가전을 꾸준히 선보이며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때 품귀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는 이동형 무선 스크린 ‘스탠바이미’, 누구나 손쉽게 반려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가정용 실내 식물재배기 ‘틔운’이 대표적 성공사례다.

올해도 수제맥주 제조기 ‘홈브루’, 전자식 마스크 ‘퓨리케어 마스크’, 워케이션(원하는 곳에서 업무·휴가를 병행하는 근무제도)족을 겨냥한 걸이형 모니터 ‘리베로’, LG씽큐 앱과 연동되는 프리미엄 안마의자 ‘힐링미 타히티’, 공기청정·선풍·온풍 기능을 겸비한 ‘에어로타워’ 신모델, 틔운의 소형 버전 ‘틔운 미니’ 등을 출시하면서 스타일러 신화 재현을 노리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삼성전자의 신가전 대표주자는 국내시장 40%를 점유하며 최강자의 입지를 구축한 건조기다. 인공지능(AI) 기반 ‘그랑데AI 건조기’를 앞세워 세탁기와 함께 건조기를 필수 생활가전에 입성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삼성전자는 신시장 개척에도 역량을 쏟고 있다. 의류관리기 ‘에어드레서’에 이어 내놓은 신발관리기 ‘슈드레서’, 전자레인지·그릴·에어프라이어·토스터를 일체화한 신개념 4-in-1 주방기기 ‘비스포크 큐커’가 실례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양육인구 증가에 발맞춰 공기청정기·로봇청소기·오븐 등 기존 가전에 ‘펫케어’ 기능을 더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 단종시켰던 제습기와 창문형 에어컨 시장에 재진출한도 신가전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신가전과 이색가전은 일종의 틈새시장이라 당장 만족스런 수익성을 갖추기는 어려워도 전통가전의 판매 둔화를 상쇄할 보완재로서 갖는 가치가 크다"며 "LG 스타일러나 삼성 건조기처럼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제대로 읽어낸다면 초대박도 가능하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 열기는 앞으로도 식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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