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 398회 임시회 6차 본회의 대정부 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문자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

여권이 또다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하던 당대표"라는 표현을 사용한 문자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되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서다. 이 대표의 윤리위 징계 국면에서 촉발됐던 내홍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당무 불개입 입장을 보여온 가운데 이번 문자는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는 점에서다. 이는 이 대표 중징계 사태를 둘러싼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 작용설’과도 연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이 대표가 성상납·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해 윤리위의 징계 결정으로 당대표 직무가 6개월간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이를 둘러싼 ‘윤심’의 향배를 놓고 한동안 당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다만 불복을 예고했던 이 대표가 여의도를 떠나 전국을 유랑하는 장외정치에 들어가고, 친윤계 핵심인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정면충돌 양상은 피하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결정이 내려진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나 "저도 국민의힘 당원 한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면서도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여의도 상황에 거리를 둔 바 있다.

이어 "당이 (이 사태를) 수습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당으로 나아가는 데 대통령이 거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하여튼 당의 의원과 당원들이 힘을 합쳐 어려움을 조속히 잘 극복해 나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권 대행의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공개된 윤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 발언으로 이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났다는 해석을 낳으며 여권은 또다시 내홍의 불안감에 휩싸인 모습이다.

관련 보도 직후 당내에서는 무거운 침묵과 당혹스러운 반응이 교차했다.

대다수 의원은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 이후 본회의장 밖에서 마주친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내도 일절 답변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다만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해오지 않았나’라고 지적하자 "이게 당무 개입인가. 그전에 이야기했던 것을 이야기 한 것이지, 현재 당무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대표를 내부총질 하는 당 대표라고 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선거 과정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나"라며 "그 표현을 그대로 한 것이지, 지금 현재 특별한 감정을 드러내고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관련 질문에 "기사를 본 게 없다. 봐서 뭐 하나"라면서 "권 대행에게 윤 대통령이 그렇게 보냈나"라고 되물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사는) 안 봤는데 뉴스는 전혀 다른 곳에서 나오겠다"고 받아넘겼다.

문자 메시지 ‘노출사고’의 당사자가 된 권 대행은 이날 첫 보도가 나오고 2시간 30분 남짓 만에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저의 부주의로 대통령과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공개 사과했다.

그러면서 사건 경위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으며 원 구성에 매진해온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오랜 대선 기간 함께 해오며 이준석 당 대표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징계 등을 둘러싼 내홍 상황에 윤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도 공식 반응을 자제한 채 상황을 예의 주시했고, 울릉도를 찾은 이 대표도 이날 오후 6시 15분께 SNS를 통해 울릉도 지역 발전에 관한 게시물과 먼바다를 응시하는 자신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 등을 올렸을 뿐, 메시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 관련 언론 보도가 나가고 50여 분이 지난 뒤였다.

다만 원내에서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초선의 김웅 의원은 이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이 함께 했던 사진 몇장을 게시한 뒤 "내부총질"이라고 적었다.

이 대표가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윤 대통령의 표현에 우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이 대표와 가까운 사이이자 지난 대선 경선 때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유승민 전 의원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무런 글 없이 논란을 일으킨 사진을 게시, 현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는 해석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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