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정권 더 힘받을 전망...중국의 압박은 한층 강경해질 듯

지난 18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대만 국민이 차이잉원 정권의 손을 들어줬다. /EPA=연합
지난 18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국민투표가 실시됐다. 대만 국민이 차이잉원 정권의 손을 들어줬다. /EPA=연합

대만인들이 18일 국민투표를 통해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의 손을 들어줬다. 투표권자 1980만 명의 절반에 못 미치는 약 810만 명이 참가해 총 투표율 41%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투표 결과로 2016년 집권 후 중국과 거리를 두고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매진해온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이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18일 블룸버그와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대만 중앙선거위원회는 개표 결과 국민투표에 부쳐진 4가지 안건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금지(반대 51.21%, 찬성 48.79%) ▲ 제4원전 상업 발전 개시(반대 52.84%, 찬성 47.16%) ▲ 타오위안의 조초(藻礁·산호의 한 종류) 해안에 건설 중인 천연가스 도입 시설 이전(반대 51.63%, 찬성 48.37%) ▲ 국민투표일과 대선일 연계(반대 51.04%, 찬성 48.96%) 등이었다.

특히 가장 쟁점이 됐던 가축 성장촉진제(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에 대해 정부의 편을 들어줘 주목된다. 국민건강을 협상카드로 썼다는 비난에도, 더 많은 대만인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중국의 대만 압박이 늘어나자 미국과의 협력 강화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중 신냉전이 본격화하자 미국은 인도·태평양전략의 전초 기지 대만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 전방위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대만 역시 미국과 전례 없는 밀월을 구가하며 군사·외교·경제·기술·산업 등 여러 방면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미국과의 FTA 체결, 일본·호주 등 미국의 동맹국 다수가 포함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통해 수출 중심의 경제를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FTA와 CPTPP는 대만이 고립을 벗어나는 중요한 포석이다", "외교적 고립을 극복 못하면 경제적으로 중국에 계속 묶여있게 된다." 차이잉원 총통은 국민투표 전날 밤까지 이렇게 호소했다.

입법회(국회) 회의장에서 돼지 내장을 뿌릴 정도로 강력하게 반대했던 국민당은 이번 투표 결과로 동력을 잃었다. 반면 ‘장애물’이 없어진 미국과 차이 총통과의 밀월 관계는 한층 강화될 것이다. "대만 국민은 세계로 나아가 국제사회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 차이 총통의 개표 후 평가다. 이번 결과로 차이 총통의 외교 기조에 따라 중국의 압박은 강경해지고 그럴수록 대미(臺美) 밀월은 더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패망후 국공 내전에서 패배, 대만 섬으로 밀려 온 국민당은 개혁개방 이래 중국공산당과 소통해왔다. ‘확실한 자치권’이 전제이긴 하지만,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대만은 중화민국 망명정부로서의 정체성과 구(舊)일본식민지 대만 특유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을 겪으며 산업화·민주화를 이뤘다.

한편, 이날 ‘제4 원자력발전소 상업발전 개시’도 부결돼 탈원전 정책은 그대로 간다. 탈원전이 국민의 동의없이 정권의 역점사업으로 추진된 대한민국과 대비된다. 세계적 기술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경제성·환경친화성을 무시한 채, 다수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투표를 앞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중앙)이 시민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EPA=연합
국민투표를 앞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중앙)이 시민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EPA=연합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