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션= 백악관과 용산대통령실을 비교해서 쓴 SBS 취재파일. 제대로 취재가 이뤄지지 않은 억지기사다.  인터넷 캡처
백악관과 용산대통령실을 비교해서 쓴 SBS 취재파일. 제대로 취재가 이뤄지지 않은 억지기사다. /인터넷 캡처

[취재파일] 백악관 ‘연봉까지 공개’ vs 대통령실 ‘이름도 비공개.’

SBS의 워싱턴 특파원이 쓴 기사 제목이다. 미국 백악관은 국민들에게 굉장히 열려 있는 곳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실은 아예 닫혀 있는 곳으로 비쳐진다. 백악관은 개인 비밀인 연봉까지 국민에게 알려 주지 않는가? 왜 대통령실은 직원 이름조차 숨기는가?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면 그럴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과연 백악관은 대통령실에 비해 그렇게 열린 곳인가? 아니다. 특파원이 사실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백악관의 언론 통제가 얼마나 심한지 알지 못한 채 기사를 썼다. 연봉 공개는 백악관의 언론자유와 상관없다. 한국의 대통령실을 비난하려다 억지를 쓴 꼴이다.

특파원은 청와대 설명부터 했다. "춘추관 2층 브리핑 룸...1백여 명은 족히 앉을 수 있을 만큼 큰 규모로 50석이 채 안되는 백악관 브리핑 룸과는 상당한 차이...권위주의 군사정권 시절 세워진 영향이 아닐까." 세계 기자들이 모이는 백악관 브리핑 룸이 한국의 절반 규모밖에 되지 않는 것은 백악관 취재에 그만큼 제한이 많다는 반증이 아닌가? 미국보다 훨씬 많은 기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군사정권의 산물로 비하하는 것은 잘못이다. 백악관을 터무니없이 감쌌다.

특파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사실상 출입이 막혔다...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더욱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비서관급 이상은 언론에 발표를 하나 연락처는 제공하지 않는다. 행정관을 공개하지 않는 건 물론"이라 했다. 그러면서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색다른 보고서를 접했다. 백악관 전체 직원의 이름과 채용 형태·연봉·직책까지 적혀 있었다"고 대통령실의 폐쇄성과 비교한 뒤 "더 이상 대통령실이 ‘궁궐’이나 ‘용궁’이란 소리를 듣지 않도록 투명한 구조를 만들 것"을 요구했다.

백악관 직원 명단 공개는 1995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공개는 ‘워싱턴 사람들’의 흥밋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기자·관리들이 아는 이들의 수입·직책을 재미삼아 비교하는 자료로만 쓰일 뿐이다. 취재 환경과는 상관이 없다. 그 명단은 백악관이 국민들에게 열린 곳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 특파원은 다리 한 쪽만을 만진 뒤 엉터리로 코끼리를 그렸다.

미국에서 백악관은 "저널리즘이 죽어가는 곳"이라 불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 백악관 출입기자의 20% 가량이 일주일 내내 공보실 직원 외에 비서실 직원들과 통화 한번 하지 못했다. 공보실은 비서실 직원들에 대한 기자 접근을 철저하게 통제한다. 공보실에 미리 사유를 밝히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통화든 면담이든 시간·조건까지 공보실 지시에 따라야 한다. 대부분 브리핑이나 개별 취재는 공보실이 사전 승인한 내용만 인용할 수 있다. 나머지는 오로지 배경 설명으로만 간직해야 한다.

ABC 출입기자는 "만약 조 바이든 백악관의 직원에게 전화를 했다면 반드시 공보실 직원으로부터 어떤 취재를 하느냐는 전화를 받게 된다. 직원을 만나게 해주더라도 공보실은 감독을 한다. 인터뷰에 공보실 직원이 함께 한다"고 말했다. 전 백악관 대변인 젠 사키는 "공보실 직원이 인터뷰를 감시하는 것은 어떤 취재를 하는지 더 잘 알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국 대통령실 대변인이 그렇게 얘기했다간 기자들의 몰매를 맞을 것이다. 백악관 직원들 이름은 물론 연봉까지 안다고 해서 언론자유를 얻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실이 아무리 마뜩치 않더라도 비판을 하려면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해야 한다. 백악관 기자통제에 대해 잘 모르면서 명단 공개만으로 한국 대통령실을 구중궁궐에 비교한 것은 얼토당토않다. 만약 백악관 공보실처럼 대통령실이 통제를 한다면 벌써 나라가 뒤집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백악관은 청와대나 대통령실보다 더 깊은 구중궁궐이요 용궁이다.

미국은 언론자유의 천국이 아니다. 지옥에 가깝다. 한국의 기자들, 특히 미국 특파원들부터 깨달아야 한다. 좌우 언론 모두 미국 언론에 대한 무지가 국민들마저 무지하게 만든다. SBS의 기사는 대표 경우다.

한국 대통령실의 폐쇄성과 백악관의 열려있음을 비교해 쓴 본문.
한국 대통령실의 폐쇄성과 백악관의 열려있음을 비교해 쓴 본문.
기자가 제시한 2022년 백악관 스탭 명단.
기자가 제시한 2022년 백악관 스탭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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