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환
오정환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성남FC 후원금, 대장동 개발 특혜, 변호사비 대납,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등 각종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 다음달 민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 문제들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부각되면서 당 안팎에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이재명 의원 의혹을 다루는 일련의 MBC 보도는 정말 이상하다.

지난 22일 감사원은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일 때 추진된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성남시가 민간개발사에 이익을 몰아줬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KBS와 SBS를 포함해 거의 모든 언론이 주요 뉴스로 다뤘다. MBC 뉴스데스크만 예외였다.

미디어오늘도 이상했는지 MBC를 상대로 취재했다. 박성호 보도국장은 "리포트로 다루기엔 뭔가 부적절한 게 아닌가 판단했다"라면서 "이재명 실명이 거론되지 않아서 애매하다고 봤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추가취재해서 깊이 있게 다루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 직후 MBC 뉴스데스크는 곧바로 이 내용을 보도했다. 추가취재는 하나도 없었다. 똑같은 내용을 하루 늦게(23일) 보도해 MBC 뉴스 자체를 우습게 만들었다. 대충 뭉개고 넘기려다가 미디어오늘마저 문제 삼으니까 화들짝 놀라 이렇게 부랴부랴 대응한 것 아닌가?

보도 내용에서도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 우선 제목이 ‘백현동’에 다시 ‘유동규’로 돼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던 유동규 씨가 공사 측에 백현동 사업에 손을 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인데, 이날 새벽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한 내용이었다. MBC는 이 내용을 앞세워 이재명을 뒤로 감췄다. 백현동 개발의 최종 책임자는 이재명 의원이다. 가장 중요한 내용은 숨기고 하수인인 유동규를 앞세운 의도가 무엇이겠는가?

또 MBC는 이 보도에서 "감사원은 이재명 의원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라는 문장을 굳이 포함시켰다. 지상파 3사 중 유일하다. 정작 당사자인 이 의원은 감사원 발표가 나오자마자 "백현동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하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은 본인의 책임으로 귀결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MBC만 나서서 ’이 의원 책임이 아니라‘는 듯이 보도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박성호 국장의 편파적 게이트키핑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재명 의원의 과거 변호사 비용 대납 의혹도 이 의원의 ’사법리스크‘ 중 하나다. 지난 8일 검찰이 이 의원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사무실과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쌍방울그룹을 압수수색 했는데, 이 사안 역시 KBS와 SBS는 보도했지만 MBC는 다루지 않았다. 박 국장은 왜 이재명 의원 수사 관련 보도는 계속 외면하는가? 마치 ’정치보복‘이라는 이 의원의 주장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밖에 지난 22일에는 또 민주당이 ’민주유공자법‘을 발의했다는 소식을 MBC 뉴스데스크만 누락시켰다. 민주화 운동 희생자의 가족을 지원하는 법안으로 그 자녀들에 대한 입시와 취업에 가산점을 주는 내용이어서 2년 전 처음 발의했을 때도 반발이 거세 무산됐던 법안이다. 이번에도 특혜 시비로 논란이 커졌는데, 유독 MBC만 이 뉴스를 안 다룬 것이다.

박성호 국장 등 보도책임자들의 편집권은 존중한다. 하지만 이처럼 노골적으로 편향적인 편집권까지 존중할 순 없다. 어떤 정치적 이슈에 대해 그날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할지 안 할지 쉽게 예측이 가능할 지경이다. MBC 뉴스의 편향성, 지켜보고 있는 눈이 많다는 점 명심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