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 사우디 고립시키려던 미국 시도의 후퇴로 분석

그리스를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36)가 26일(현지시간) 수도 아테네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54)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유럽 방문은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 이후 처음이다. /EPA=연합
그리스를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왼쪽·36)가 26일(현지시간) 수도 아테네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54)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유럽 방문은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피살 이후 처음이다. /EPA=연합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8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처음으로 유럽연합(EU)국가를 방문했다.

사우디 국영 SPA 통신은 26일(현지시간) 무함마드 왕세자가 그리스와 프랑스를 방문하기 위해 전용기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우디·그리스 정상은 이날 양국 간 해저 케이블 건설 및 전력망 협력 등 다양한 사안을 논의하고 협정에 서명했다. 사우디 왕실은 프랑스 정상과도 관계강화 방안 및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왕세자의 EU국가 방문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순방 종료 후 2주가 채 안 된 시점에 이뤄진 것으로, 외신들은 사우디를 고립시키려 했던 미국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면죄부’를 쥔 무함마드 왕세자를 유럽이 홀대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이자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인 카슈끄지가 2018년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다. 미 정보 당국이 암살 배후로 무함마드 왕세자를 지목,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를 국제적인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 양국관계가 급격히 냉랭해졌다.

그러나 올해 인플레이션과 맞물린 고유가 상황에 바이든 대통령이 아랍권 다자 정상회의 참석을 명분으로 사우디를 방문하는 등 유화적 모습을 연출했다. 중동과의 안보협력을 내세웠지만, ‘석유 증산’이 목적이었다. 사우디는 ‘추가생산 불가’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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