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왼쪽 스크린)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한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양성 확진 때문에 대면 대신 화상 면담으로 이뤄졌다. 최 회장은 220억 달러(약 28조8000억 원)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계획을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적 발표"라며 "땡큐"를 연발했다. /AP 연합

"과거엔 투자가 중국을 향했다. 내 행정부 하에서 기술투자가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SK그룹이 기존 70억 달러에 더해 220억 달러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히자 이같이 자평했다. "역사적 발표" "획기적인 발표", "미국과 한국 그리고 동맹들이 귀환해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라며 거듭 의미부여를 했다. 총 300억 달러 규모(약 29조)의 투자 발표에 바이든 대통령은 총 17분 가량 공개된 화상 회의에서 "땡큐"를 9번이나 외쳤다.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당초 대면 만남이 예정됐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양성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화상으로 전환됐다. 최 회장과 SK 경영진, 미국측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백악관 회의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건물 중간에 위치한 관저 집무실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대화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원래 당신 바로 오른쪽에 앉아 있어야 했는데, 근처에 있으면서 함께 하지 못해 유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최 회장이 이 자리에서 "반도체·전기차(EV)배터리·생명공학 관련 분야 등 220억 달러(약 28조8000억 원)의 대미(對美) 신규투자"를 언급하며, "최근 발표한 EV 배터리에 대한 70억 달러 투자를 포함해 거의 300억 달러(약 39조3000억원) 상당의 투자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SK그룹의 신규 투자를 일자리 창출·투자유치 등 경제 성과로 부각시키는 중이다. 5월 한국 방문시 삼성 반도체공장를 찾아간 일, 현대차의 110억 달러 신규투자 발표 사실까지 열거했다.

다음번 백악관 방문 시 "강제로라도 자신의 집무실에서 점심식사를 같이하도록 하겠다"며 친밀감을 드러낸 것 또한 눈길을 끈다. 바이든 정부 에너지정책의 부작용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등으로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11월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 필패’가 예상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 역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한국 대기업 총수를 대하는 자세와 적극성에서 또 한번 바이든 정부의 절박한 사정을 엿보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신 환한 웃음으로 대화를 이끌었다. "어이, 토니, 어떻게 지내시나, 친구?"(Hey, Tony. How are you, pal?), 최 회장을 수차례 영어이름 ‘토니’로 불렀으며, 최 회장과 대면하지 못한 데 대해 거듭 유감을 표했다. "미국은 첨단기술의 핵심 목적지"라며, 최 회장을 향해 근본적인 협조를 약속하기도 했다. "최고의 인력이 확보되도록 교육에 계속 투자하겠다"고 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마지막 발언은 "땡큐, 땡큐, 땡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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