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원윳값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낙농가 단체와 유업체 간의 협상이 정부의 낙동제도 개편안에 대한 이견으로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낙농가는 원유 납품 거부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있어 우유 수급 불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합
올해 원윳값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낙농가 단체와 유업체 간의 협상이 정부의 낙동제도 개편안에 대한 이견으로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낙농가는 원유 납품 거부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있어 우유 수급 불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합

올해 원유(原乳) 가격의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낙농가 단체와 유업체의 협상이 수개월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안을 둘러싸고 양측이 한치의 물러섬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당장 내달부터 적용해야 할 새 원윳값 결정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특히 낙농가는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원유 납품 중단도 불사한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 있어 우유 대란이라는 시한폭탄의 초침이 영(0)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7일 정부와 낙농업계에 따르면 올해 원윳값을 논의할 ‘원유 기본가격 조정 협상위원회’가 이날까지 구성되지 않았다. 협상위는 원유 생산자(낙농가)와 유업체, 학계 인사가 참여하는데 유업체 측이 위원 추천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유업계는 낙농가들이 낙농제도 개편안을 수용하지 않는 한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규정상 협상위는 매해 통계청의 축산물 생산비 조사가 발표되면 한달 내 위원 구성과 협상을 끝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그해의 원윳값을 확정하면 8월 1일부터 새 가격이 적용되는 구조다. 하지만 올해는 통계청 발표가 5월 24일 나왔음에도 아직 협상위조차 구성되지 못했다. 언제쯤 협상이 시작될지도 불투명하다.

이 같은 대립의 중심에는 정부의 낙농제도 개편안이 자리한다. 개편안의 핵심 골자는 ‘생산비 연동제’ 폐지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이다. 정부는 낙농가의 원유 생산비에 따라 가격이 좌우되는 생산비 연동제가 우유 수요와 무관하게 우윳값을 인상시킨다고 보고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나눠 가공윳값을 음용유보다 낮추는 차등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용도를 구분치 않는 원윳값 결정체계 때문에 유업계가 유가공품 원료 대부분을 값싼 수입산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산 원유 자급률이 2001년 77.3%에서 지난해 45.7%로 낮아져 차등가격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유업계는 개편안에 적극 찬성이다. 저렴한 수입 유가공 제품과의 경쟁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면 낙농단체는 소득 감소에 따른 낙농산업 궤멸을 주장하며 극렬히 반대한다. 지난 13일부터는 각 도별 궐기대회를 열고 원유를 쏟아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개편 강행시 원유 납품 중단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고물가에 고통받는 소비자가 원윳값 갈등의 피해를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낙농가와의 소통에 뛰어들었다. 김인중 농축산부 차관은 이달에만 네 차례나 간담회를 갖고 개편안의 취지와 필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김 차관은 지난 20일 전국 19개 낙농·축산협동조합장과 만난 자리에서 "차등가격제로 낙농가 소득이 줄어든다는 생각은 오해"라고 강조했다.

실제 농식품부에 의하면 현행 제도하에서는 올해 원유 생산량 전망치 195만톤 중 190만톤이 정상가격(ℓ당 1100원), 5만톤은 초과원유가격(ℓ당 100원)이 적용된다. 차등가격제 정부안의 경우 195만톤을 정상가격인 음용유로 지정하고 추가 10만톤을 가공유(ℓ당 800원)로 팔 수 있다. 물량과 가격 모두에서 낙농가에 이득인 셈이다. 아울러 김 차관은 건초 등 가축용 조사료의 할당관세 물량 20만톤 확대를 포함한 추가 지원책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같은 적극적 소통 행보에 낙농가의 강경 모드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현재 유업계가 정상가격에 구입해야 하는 의무 구매 쿼터가 정부 음용유 지정량보다 많은 220만톤이고 내년에도 올해 수준의 음용유 할당이 지속될지 의구심이 크다"며 "정부측에 이런 우려를 전하고 추가 협의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추후 정해질 원윳값을 8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할지 여부도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다. 올해 사룟값 등 생산비가 급등해 소급 적용 불발시 낙농가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탓이다. 이때는 낙농단체가 다시한번 납품 중단 카드를 꺼낼 공산이 크다.

유업계 관계자는 "낙농단체들은 현재의 우윳값이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의 인식을 직시해야 한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와 식품·외식업계를 볼모로 한 납품 거부 강행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8일 경기 김포시농업기술센터에서 청년농업인과의 간담회를 갖고 낙농제도 개편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김 차관은 낙농가들의 우려와 달리 낙농제도가 개편되도 농가의 소득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 8일 경기 김포시농업기술센터에서 청년농업인과의 간담회를 갖고 낙농제도 개편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김 차관은 낙농가들의 우려와 달리 낙농제도가 개편되도 농가의 소득감소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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