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 포인트 올리는 것)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2.25~2.50%로 상승,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졌다. /연합
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준 본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연준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 포인트 올리는 것)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2.25~2.50%로 상승,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높아졌다. /연합

40년여 만에 가장 가파른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꺼내든 카드는 2개월 연속 자이언트스텝 단행이다. 그만큼 미 연준이 현재의 물가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9월에 열리는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3개월 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한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 단행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 수준으로 올라 우리나라 기준금리 2.25%보다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다음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추가로 0.25%포인트 올리면 한미 기준금리는 같게 된다. 하지만 미 연준이 9월에 또다시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양국 기준금리는 한 달도 채 안돼 다시 역전될 공산이 크다.

일부에서는 한국은행이 또 한번의 빅스텝, 즉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경기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물가 관리의 명분만 앞세워 기준금리를 계속 큰 폭으로 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최소 연말까지 한미 간 금리 역전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자본 유출 우려는 매번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슈다. 통상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할 때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로 자금이 쏠리는 것은 일반적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금리가 더 낮은 한국에서 돈을 굴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대규모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역전은 총 세 차례 발생했는데, 주식·채권·차입자금 등 자본은 시기별로 유출입 양상이 달랐다. 1999~2001년에는 국내로 주식자금이 209억3000만 달러 유입됐지만 2005~2007년과 2018~2020년에는 각각 263억4000만 달러, 83억6000만 달러 유출됐다. 주식자금뿐 아니라 채권자금과 차입자금을 모두 합친 해외 투자금은 금리 역전 시기에 오히려 순유입됐다.

정부가 한미 간 금리 역전에 따른 대규모 자본 유출 가능성이 적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를 근거로 한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단순히 금리 역전으로 자금 유출이 있을 것으로 예단하기 어렵다"며 "과거에도 장기간 금리 역전 현상이 있었지만 자금 이탈로 시장이 불안해지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역전 자체보다는 환율 상승이나 경기침체 등 경기 펀더멘털의 약화가 자본 유출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수출경기 둔화, 무역수지 적자, 그리고 글로벌 경기침체는 강달러를 심화시켜 원화 약세를 부추길 가능성 높다.

수출은 이미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6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보면 수출은 전 분기 대비 3.1% 감소했다.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무역수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첫 4개월 연속 적자 가능성이 높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81억2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 1월 -49억300만 달러에 이어 4월 -24억7700만 달러, 5월 -16억1400만 달러, 6월 -25억75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더구나 지난 상반기 무역수지는 103억5600달러 적자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기 펀더멘털도 문제다. 노무라증권은 높은 이자부담과 경기침체 여파로 우리나라 경제가 이번 3분기부터 내년 2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역성장할 것이라며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다. 이는 정부의 2.6%나 한국은행의 2.7%에 비해 0.9~1.0%포인트 낮은 것이다. 미 연준의 연속 자이언트스텝에 따른 자금 이탈보다 경기가 더 걱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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