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찬
이범찬

‘대통령을 보면 나라가 보인다’고 한다. 국가의 흥망성쇠가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리더십에 따라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도 하고, 경제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도 한다.

영국의 처칠 수상은 무릎 꿇고 살기보다 죽기를 각오하고, 피와 땀으로 국민을 독려하면서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경제공항의 대위기를 뉴딜정책으로 극복했다. 트루만 대통령은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강력한 책임정신에 따라 원폭투하를 과감히 결심함으로써 2차대전을 종식시켰다. 이후 마샬플랜으로 세계를 전쟁의 참화에서 벗어나도록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뛰어난 국제적 감각과 인맥으로 6·25전쟁에서 나라를 구했고, 한미동맹으로 대한민국 안보의 기틀을 굳건히 다졌다. 박정희 대통령은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치열한 시대정신의 실천으로 산업화를 성공시키면서 길이 기억되게 됐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화에 기여하고 IMF위기를 조기에 극복함으로써 역사적 대통령의 반열에 올랐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겨우 2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국민의 지지가 반토막 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일설에는 지금 지지율 하락은 특정 정치세력이 윤석열 정부의 방어막을 해체하고 탄핵을 선동하려는 정치공작의 일환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대단히 중요하다. 거대 야당의 사사건건 반대를 극복하고 국정운영의 동력을 얻으려면,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어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고 한다.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독선으로 비쳐질 것이다. 정치는 물 위에 뜬 배라고 하지 않는가? 빗방울이 모이면 소용돌이 치는 거대한 강물이 되는 것처럼, 선동됐다 하더라도 개인의 마음이 한 곳으로 모이면 거대한 민심이 된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뜻인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인사와 정책문제를 들고 있다. 추가 인사논란 소지를 없애고 조속한 각 부처 인사를 통해 윤석열 행정부를 뒷받침할 주체세력을 만들어 내야한다. 또한 추진 정책에 이름표를 제대로 달아 대국민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역사와 씨름하는 강인한 정신력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적극 실천하고, 국가가 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5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짧다. 지금 진행중인 지난 정부의 비정(非正)과 국가정체성 회복 등 ‘국가 비정상의 정상화’문제는 각 부처 및 공공기관에 국가정상화 T/F를 구성해 연말까지 전광석화로 속도감 있게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노총을 내세워 제2의 광우병 사태를 일으킬지 모른다. 북핵문제, 축소사회 문제 등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 직속의 민관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역사적 대통령이 되려면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든가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30여 년간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해 비핵화를 추진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간만 벌어줘 북핵만 고도화시켜 실질적 핵보유 국가가 되게 했다. 이제 북한은 우리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한테도 상호확증파괴(MAD) 협박을 할 것이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핵공갈을 받으며 살 수는 없지 않는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세력으로 양분되는 신냉전적 국제질서와 김정은의 핵 선제 사용 독트린에 대응할 방책을 내놓아야 한다. 확장억지라는 현상을 변경하고 자위적 핵균형을 달성하는 전략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해야 한다.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의 핵우산을 뿌리치고 핵을 개발했듯이, 필요하다면 ‘한국의 드골’이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출산율 저하로 사회가 축소지향으로 가고 있는데 대한 근원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결혼을 생각하는 청년들이 가장 고민하는 주택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 결혼하는 청년들한테 3년간 무상으로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자녀를 갖게 되면 다시 3년간 무상 지원하고, 7년이 되는 해에 20년 장기분활 상환으로 분양해 주는 ‘3·3·7 청년희망주택’ 프로젝트 등을 검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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