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매년 여름 선보인 민음사 '워터프루프북' 5번째 편
'가족' '푸른 물'이란 키워드로 단편소설 3편씩 묶은 선집 2종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단어에 관한 생각을 조금 바꿔놓을 것"

방수 종이로 만든 단편소설 선집 2종, 민음사 ‘워트프루프북’ 5번째 시리즈가 나왔다. 요즘 같은 여름 휴가철 피서지에서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물에 젖어도 변형 없이 다시 말려 보관할 수 잇다. /민음사
워터프루프북 다섯 번째 시리즈 <가족이란 이름을 한 꺼풀 벗겨 내면>과 <우리가 푸른 물에 가까이 가면>. ‘가족’과 ‘푸른 물’을 키워드로 엮은 단편소설 선집이다. /민음사

물놀이하면서도 읽을 수 있는 민음사의 ‘워터프루프북’ (Water-proof Book) 5번째 시리즈가 나왔다. 2018년부터 매년 여름 방수 종이(미네랄 페이퍼)로 제작해 내놓은 출판물들의 연장이다. 물에 젖어도 변형 없이 다시 말려 보관할 수 있다.

친환경 소재라는 점도 반갑다. 물을 사용하지 않아 수질오염을 유발하지 않으며, 나무로 만든 종이에 비해 온실가스 발생량이 아주 적다. ‘물속에서 볼 수 있는 책’의 등장은 지식과 기술의 융합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문명의 진보’를 실감하게 한다.

금년 여름 시리즈는 ‘가족’과 ‘푸른 물’이란 키워드로 각각 단편소설 3편을 묶은 선집 2종이다. <가족이란 이름을 한 꺼풀 벗겨 내면>엔 ‘가족’(최진영) ‘여자아이는 자라서’(조남주) ‘미키마우스 클럽’(박서련)이 실렸다. <우리가 푸른 물에 가까이 가면>엔 ‘천국의 초저녁’(김기창) ‘여섯 명의 블루’(민병훈) ‘물오리 사냥’(정영문)이 수록됐다. "휴가 때 일상과 다른 시간·공간 속에 삶을 약간 바꾸듯 여섯 편의 소설이 가족과 푸른 물 등 보편적으로 떠올리는 단어에 관한 생각을 조금 바꿔놓을 것"이라고 민음사 관계자가 소개했다.

앞선 시리즈들 역시 흥미롭다. 작년에 나온 네 번째 시리즈는 ‘한국 산문선’의 특별판인 <동물 생각>과 <팔도 유람기>였다. 신라시대~대한제국기 우리나라의 고전 명문을 망라한 <한국 산문선>(전 10권)에서 동물과 여행을 테마로 38편을 선정한 것이다. 여행 대신 ‘집콕’이 권장되던 팬데믹 시기, 무더위 속에서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했다.

2020년 세 번째 시리즈는 ‘The 짧은 소설’ 3종 세트다. ‘시스터후드’(여자들끼리의 우정·사랑) ‘모바일 리얼리티’(온라인 현실세계) ‘괴담’, 이 세 키워드 아래 김세희·김초엽·이장욱 등 34명의 작가들이 개성 있는 단편소설들을 내놨다. 4년간 ‘릿터’에 발표된 플래시픽션 가운데 ‘여성’ 키워드의 작품을 선별해 ‘시스터후드’를 구성, ‘모바일 환경 및 기술 변화’ 키워드의 작품을 꼽아 ‘모바일 리얼리티’를 엮었다. ‘괴담’엔 무더위를 식혀줄 신작 공포소설 12편이 담겼다.

2019년 두 번째 시리즈는 얽히고설킨 사랑과 어긋난 소망, 마법과 환상, 심령 현상과 전설이 뒤섞인 다채로운 이야기들 속에서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문학적 재치를 보여준 ‘보이지 않는 소녀’(메리 셸리)를 비롯해, ‘밤의 승리’(이디슨 워튼) ‘벗겨진 베일’(조지 엘리엇 ) 등 공포소설와 로맨스가 결합된 작품들이다. 이런 것들을 ‘고딕 소설’ ‘고딕 호러’라 한다. 중세 고딕 건축물의 음산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는 뜻에서 명명됐다.

2018년 시리즈는 ‘82년생 김지영’ ‘보건교사 안은영’ ‘한국이 싫어서’ ‘해가 지는 곳으로’ 등 장편 4종이었다. 민음사 워터프루프북은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으로 활용도를 높였다"고 호평받으며 2020년 세계 3대 디자인상인 IF 디자인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부분’ 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앞으로의 시리즈도 기대를 모은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