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칼럼] 김정은, 최고사령관인가 총사령관인가 ?
[태영호 칼럼] 김정은, 최고사령관인가 총사령관인가 ?
  •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 승인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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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1일자 노동신문
지난해 6월 11일자 노동신문

지난 주 노동신문 등 북한언론들의 동향에서 주목되는 점은 북한의 대외선전용 인터넷 매체 ‘내 나라’가 올해 4월 11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 14기 1차 회의에서 개정된 사회주의헌법을 공개해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헌법 개정판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김정은시대에 들어와 지난 7년 동안 북한헌법이 4번 개정되였는데 이렇게 헌법을 자주 개정하는 나라도 없다고 본다. 이번에도 북한은 4월 11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개정되였다는 소식만 보도하였지 헌법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북한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고인민회의가 끝난 이틀이 지나 4월 14일자 북한노동신문은 김정은을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고 처음으로 보도하면서 저를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이 국무위원장 직무를 국가를 대표하는 직책으로 수정하지 않았을가? 만일 수정했다면 김정은이 이제부터 북한의 ‘국가수반’으로 되는 것이라고 추측했을 뿐이다.

이번에 새롭게 개정된 북한헌법 제 100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이다.’ 라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결국 김정은이 북한의 국가수반이라는 것을 명문화 한 것이다.

그리고 ‘제10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총사령관으로 되며 국가의 일체 무력을 지휘통솔한다.’로 되어 있는데 지금까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라고 부르던 직책이 ‘총 사령관’으로 바뀌었다.

◇‘총사령’은 중국식 표현이라 북한이 잘 쓰지 않던 것


김정은과 악수하는 최룡해

사실 ‘총사령관’이란 표현은 중국식 ‘총사령’이란 표현과 비슷하여 북한이 쓰지 않던 표현이다. 그리고 ‘제103조에는 다른 나라와 맺은 중요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한다.’로 되어 있는데 이것도 새로운 것이다.

그런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의 직책을 명문화한 제 115조를 보면 ‘ 다른 나라와 맺은 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한다…. 다른 나라에 주재하는 외교대표의 임명 또는 소환을 결정하고 발표한다.’와 ‘제116조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며 다른 나라 사신의 신임장, 소환장을 접수한다.’라고 되어 있다.

결국 북한에서 국가를 대표하여 활동하는 사람이 2명이고 조약을 비준 폐기하는 사람도 2명인데 그중 김정은이 국가수반으로서, 그리고 최고영도자로서 ‘중요조약을 비준 또는 폐기하며‘ 최룡해 상임위원장은 국가수반은 아니나 국가를 대표하여 다른 나라들에 파견되는 북한대사들에게 신임장을 내주고 다른 나라 대사들의 신임장을 받으며 그 외 시시껄렁한 조약들을 비준 또는 폐기하는 대외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 하면 한국,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의 중요 정상들과의 외교나 종전선언, 평화협정 같이 북한의 근본이익이 걸려 있는 조약, 협정은 김정은이 직접 한다는 것이다. 헌법에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을 이렇게 2명으로 만들어놓고 조약 비준 폐기도 그 중요성에 따라 담당이 바뀌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을 것이다.

헌법에 명기된 김정은의 직책도 명백하게 북한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 내부에서도 김정은의 직책이 최고사령관인지 총사령관인지 잘 몰라 혼란이 생기고 있다.

7월 14일부 노동신문에 지난 6월 29일 헬싱키에서 진행된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유럽지역 련대성모임’이 김정은 앞으로 보낸 편지가 보도 되었는데 거기에 김정은의 직함을 ’조선로동당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으로 표기되어 있다.

◇7월 14일자 노동신문에 김정은 직함 잘못 쓴 실무자들 숙청될 것

회의가 진행된 날자가 6월 29일이어서 헌법이 개정된 4월 11일후에 진행된 행사인데 개정된 헌법 내용을 북한 대사관들에 미리 내보내지 않아 외국인들이 종전의 직함인 ‘최고사령관’이란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것 같다.

내가 영국에서 북한공사로 근무할 때 김정은의 직함을 외국인들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으로 보내오면 다시 찾아가 ‘중앙위원회’를 빼달라고 요구하고 수정하여 보내곤 했다. 북한에서 최고존엄인 김정은의 직함을 틀리게 명기하거나 보도하면 큰 일 난다.

언제가 노동신문사에서 ‘조선로동당 총비서’인 김정일의 직함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 로 보도하여 그날 신문 발간을 담당했던 사내 간부들과 기자들이 수령의 직함도 모르는 불경죄에 걸려 해임철직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번 7월 14일자 노동신문에 김정은의 직함을 헌법에 어긋나게 최고사령관으로 보도하여 몇 명이 또 목이 날아나지 않겠는지 걱정된다. 북한도 다른 정상국가들처럼 헌법을 북한주민들도 알수 있게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이러한 혼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된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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