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8일 오전 울산시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제1번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가운데 28일 울산에서 열린 해군 ‘정조대왕함’ 진수식 현장에는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총출동하며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오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행사에는 당에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형수 원내대변인 등 지도부를 비롯해 울산 지역구의 김기현 박성민·국회 국방위 소속의 신원식·임병헌 등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아울러 해군 군의관 출신인 안철수 의원, 지역구 진해에 해군 기지가 있는 이달곤 의원, 19대 국회 국방위원장 시절 정조대왕함 관련 예산을 관철했던 유승민 전 의원도 해군과의 연을 바탕으로 초청을 받았다.

국가적 사업을 자축하는 자리인데다가 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행사인 만큼 집권여당 인사들이 함께하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일부 참석자 명단이 최근 복잡다단하게 얽힌 당내 권력 지형도와 절묘하게 맞물리며 시선을 끌었다.

공교롭게도 권 대행과 김기현·안철수 의원이 행사장 왼쪽 좌석의 앞줄에 나란히 섰다. 오른쪽으로는 권오갑 회장과 정기선 사장 내외를 사이에 두고 윤 대통령 내외가 자리했다. 관례상 의원 선수에 따른 배치로 보이나, 차기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거물들이 윤 대통령과 함께 하는 공식 석상에서 가장 가까이에 마주한 셈이다.

이준석 대표의 부재 속에 대표 직무대행을 수행하고 있는 권 대행은 최근 잇단 구설수에 휘말리며 리더십에 타격을 입고 있다.

그러나 권 대행은 가장 최근에 빚어진 ‘문자 노출’ 사태 이후에도 윤 대통령의 신임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부각하며 상황을 돌파하려는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이제 곧 정기국회를 앞둔 만큼 연말까지 직무대행 체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 짓고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기현·안철수 의원 역시 차기 당권을 거머쥘 수 있는 인물로 분류된다. 둘은 일찌감치 당내 의원들이 참여하는 공부모임과 토론회를 각각 띄우며 세력화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김 의원의 경우에는 이 대표의 징계 직후부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며 권 대행 체제에 ‘불안정성’을 지속해서 제기했고, 최근에는 권 대행의 잇따른 실수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며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유 전 의원의 참석도 여러 의미에서 눈길을 끌었다. 차기 당권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 대표와 가까운 관계로 알려진 그는 지난 26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향해 "내부총질 하던 당대표"라고 표현한 문자 메시지가 보도된 사진을 본인의 SNS 계정에 게시했다.

아무런 글도 적지 않고 사진만 한 장 올린 이 게시물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유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언행에 대해 ‘무언의 비판’을 한 것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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