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17일 하반기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전자개발센터장 추교웅 전무,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김흥수 전무,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 기초선행연구소장·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 임태원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됐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부사장 승진 임원. 왼쪽부터 추교웅·김흥수·이상엽·임태원 부사장. /연합
현대차그룹이 17일 하반기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전자개발센터장 추교웅 전무, 미래성장기획실장·EV사업부장 김흥수 전무,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 기초선행연구소장·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 임태원 전무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됐다. 사진은 현대차그룹 부사장 승진 임원. 왼쪽부터 추교웅·김흥수·이상엽·임태원 부사장. /연합

새해를 앞두고 주요 그룹의 2022년 사장단·임원 인사가 속속 마무리되고 있다. 올해 연말인사는 유독 혁신과 쇄신, 세대교체, 물갈이와 같은 키워드가 지배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창궐, 반도체 공급난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미·중 무역갈등 심화 등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글로벌 경영 환경을 돌파하려면 특단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특히 인사의 배경을 설명하는 기업들의 변(辯)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통한 지속 가능 성장동력 확보’로 수렴된다. 주요 그룹의 경영진으로 발탁되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신시장 개척 역량이 필수 요소가 된 것이다.

20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국내 30대 그룹 중 내년도 정기인사를 단행한 18개 그룹의 현황을 집계한 결과, 이들 기업의 승진 임원 수는 사장단 56명, 부사장 이하 1774명 등 총 1830명이었다.

이는 지난해 임원 인사와 비교해 무려 304명(19.9%)이나 많은 숫자다. 사장단에 국한해도 승진 인원이 2018년 61명, 2019년 56명, 2020년 44명, 2021년 38명 등으로 감소하다 이번에 56명으로 크게 늘었다. 리더스인덱스 관계자는 "3세와 4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대폭적인 사장단 인사를 통해 경영 쇄신과 친정체제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복심이 엿보인다"며 "신성장 동력 사업 발굴을 위한 세대교체 열기로 신규 임원 승진도 함께 늘었다"고 분석했다.

먼저 삼성그룹은 임원 승진자가 전년 425명에서 올해 395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당초 유임이 유력하던 김기남 부회장,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삼성전자 수뇌부 3인방의 전원 교체로 혁신의 판을 깔았다. 빈자리는 젊은 피인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을 투톱으로 발탁해 글로벌 리더십 강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중임을 맡겼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사상 최대인 203명의 새 임원이 나왔다. 전동화 시대에 맞춰 승진자 3명 중 1명이 40대일 만큼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특히 정몽구 명예회장과 함께 내연기관 시대를 풍미했던 윤여철 부회장과 이원희·이광국·하언태 사장이 퇴진하며 정의선 회장 친정체제를 완성했다.

SK그룹과 롯데그룹 역시 각각 예년을 웃도는 205명, 166명의 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이중 롯데그룹은 김상현 전 DFI 리테일그룹 대표를 유통군 총괄대표, 안세진 전 놀부 대표를 호텔군 총괄대표로 선임함으로써 오랜 순혈주의를 혁파하는 인적 쇄신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LG그룹·SK그룹의 경우 전반적 세대교체 분위기 속에서도 기존의 최고위 경영자를 재신임해 안정 속 혁신을 꾀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임원 승진자가 62명으로 전년의 115명보다 절반 가량 줄었지만 정기선 사장의 승진으로 3세 경영의 닻을 올렸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기업들의 세대교체는 10대 그룹의 대표이사 인사를 분석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대표이사 승진이 없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아직 인사를 발표하지 않은 포스코그룹을 제외해도 총 51명이 새롭게 대표이사 직함을 달았다. 롯데그룹이 가장 많은 11명을 교체해 위기극복 의지를 다졌다. 이어 SK그룹 9명, 삼성그룹·현대중공업그룹 각 7명, 한화그룹 6명, GS그룹·신세계그룹 각 4명, LG그룹 3명 순이다.

연령대는 60대 7명, 50대 43명, 30대 1명이다. 평균 나이는 56.4세다. 경력분야는 신사업 추진에 강점을 가진 전략통과 기술통이 각각 24명, 11명으로 전체의 68.6%를 차지했다. 이외에 재무통 9명, 영업통 7명 순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재무통은 내실 다지기, 영업통은 기존 사업 육성에서 경쟁 우위를 점한다면 미래 먹거리 발굴과 신산업 개척으로 경영 불확실성을 타개하는 데는 관련 시장과 기술 트렌드를 읽고 수행할 전략·기술 전문가가 가장 적합하다"며 "전략·기술통의 대표이사 수혈은 각 기업들이 내년 경영의 방점을 어디에 찍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세계 산업계는 분야를 불문한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더해 메타버스, 블록체인 같은 수 백조원 규모의 신시장이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며 "이처럼 급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젊은 CEO의 경영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젊은 인재 발탁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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