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정상적 뇌 발달을 이루기 위해서는 하루 9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
어린이가 정상적 뇌 발달을 이루기 위해서는 하루 9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을 수시로 되뇌어야 할 전망이다. 수면이 부족한 초등학생은 뇌와 인지능력 발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31일 미국 메릴랜드 의대(UMSOM) 왕저 교수팀은 초등학생들의 수면시간과 뇌 발달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수면시간이 하루 9시간 미만인 수면 부족 초등학생들에게서 인지적 어려움과 정신적 문제, 뇌 특정 부위의 회백질 감소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의학저널 ‘랜싯 어린이·청소년 건강’에 게재된 이번 논문에서 연구팀은 미국의 뇌 발달 연구프로그램인 ‘청소년 뇌 인지 발달(ABCD)’에 등록된 9~10세 어린이 8323명을 수면 부족 그룹(4181명)과 충분한 수면 그룹(4142명)으로 나눠 뇌 자기공명영상(MRI), 의료기록, 수면시간 등을 2년간 추적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9시간 미만으로 잠을 잔 어린이는 연구 시작 시점에서 기억·지능 등을 담당하는 부위의 회백질 부피가 대조군보다 적었으며 이런 차이는 연구 종료 시점인 2년 후까지 지속 관찰됐다.

왕저 교수는 "이는 수면 부족이 어린이의 뇌와 신경 인지 발달에 장기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연구결과 중 하나"라며 "어린이들에 대한 미국 수면의학회의 수면 권고 시간이 타당함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수면 의학회는 6∼12세 어린이들에게 하루 9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잠을 잘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10대 이전의 수면 부족이 뇌 신경 발달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어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연구팀은 수면 부족에 따른 뇌의 구조적 차이가 수면 부족인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우울증, 불안, 충동장애 같은 더 큰 정신건강 문제는 물론 기억, 문제 해결, 의사결정 등과 관련된 인지 기능의 어려움과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왕 교수는 "이 결과를 검증하고 어떻게 어린이들의 수면 습관을 개선해 신경학적 손상을 치유할 수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적극 권고해야 할 좋은 수면 습관으로 충분하고 규칙적인 수면, 낮 동안의 신체활동 장려, 취침 1시간 전부터 전자기기 사용 금지 등을 꼽고 있다.

수면부족 어린이의 뇌 회백질(붉은색) 영역. 회백질은 의사결정, 충동 조절, 기억 등을 담당하는데 충분한 수면을 취한 어린이보다 부피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랜드 의대
수면부족 어린이의 뇌 회백질(붉은색) 영역. 회백질은 의사결정, 충동 조절, 기억 등을 담당하는데 충분한 수면을 취한 어린이보다 부피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릴랜드 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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