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이춘근

미국은 인간 역사상 최초로 왕이 없는 나라로 건설됐다. 미국은 왕 대신 대통령이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대통령은 평민들 중에서도 선출될 수 있었고 그 임기도 제한됐다. 인간의 장구한 역사에 처음으로 진정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 체제를 건설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독립은 미국의 혁명(American Revolution)이라고도 불린다. 미국의 대통령 정치(Presidential Politics)는 왕의 정치에 대한 혁명적 도전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 정치는 미국을 세계적으로 모범적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었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당시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규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4년씩 두 번을 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음 대통령들도 모두 두 번의 임기 이후 스스로 물러났다. 2차대전 당시 전쟁을 수행하던 루스벨트만이 세 번 당선됐고 이는 헌법 위반이 아니 었다. 2차대전 이후 법적으로 미국의 대통령은 4년씩 두 번만 하도록 규정됐고 그 누구도 이 규정을 감히 어기려 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통령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자라고 말하지만, 이들은 임기를 마치면 조용히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다. 견해가 다르고 당이 다르다 할지라도 전 대통령은 현 대통령의 좋은 자문(advisor) 역할을 했고 현 대통령은 자신의 잘못을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탓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통령제는 세계 수많은 나라로 전파됐고 미국식 민주주의의 표상이었다. 많은 나라들에서 대통령 정치는 이념과 이익으로 분열되어 아귀다툼을 벌이는 핵심이 되고 말았던 경우도 많았지만, 미국은 예외였다.

그러던 미국 대통령 정치에 심각한 이상이 발생했다. 45대 트럼프 대통령과 46대 바이든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대통령 정치는 미국 역사상 그 전례가 없었던 이상 현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 두 번 다 이겼다고 주장하며 앞으로 한번 더 이길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한다. 2022년 년 초에 행해진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당원 80%가 바이든이 부정으로 당선됐다고 말했다. 며칠 전 저명한 정치 평론가 스티브 배넌은 ‘경합 주인 아리조나, 조지아의 선거 결과가 무효처리(decertify)될 것이고 바이든은 탄핵당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민주당원의 75%는 임기 1년 6개월째인 대통령이 다음번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은 연일 수십, 수백만 군중 앞에서 연설하고 있으며, 정치와 경제가 엉망인 현직 바이든은 그 모든 것이 전임 대통령 탓이라고 둘러댄다. 미국 정치를 관찰해온 그 누구라도 현재 미국 대통령 정치는 정상(正常)이 아니라는데 동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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