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주
손광주

북한인권 문제가 5년여 만에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권 때 발생한 ‘귀순어부 강제북송 사건’이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시 불러냈다. 이 사건은 문 정권이 헌법과 관련 법률, 국제고문방지협약 등을 위반한 중대 국가범죄다.

문 정권의 주류 세력은 80,90년대 NL(민족해방)·PD(민중민주) 출신들이 다수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한 편이다. 대학 때 짧은 기간 형성된 김일성주의(NL)와 마르크스주의(PD)적 사고방식에 침습(infiltration)되어 있다 보니,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capitalism)를 구분 못하고, 인간의 기본권(인권)에 대한 인식도 인류보편적 관점이 아니라 계급투쟁적 인권 의식을 갖고 있다. 여기에 반미·반일 미신(迷信), ‘우리민족끼리’ 미신을 온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오다보니, 김정은 정권과 2400만 북한주민을 분리해서 사고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북정책을 추진해온 것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을 부산 한·아세안정상회의에 불러올 수만 있다면 ‘그까짓 흉악범 탈북자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북한문제가 ‘국제성’을 띠게 된 지는 이미 오래 됐다. 핵문제는 북한이 핵비확산체제(NPT)에서 이탈한 90년대 초에, 북한인권 문제는 90년대 중반 300만 명이 굶어죽은 식량난 사태 때부터 국제이슈화 되어 있었다. 햇수로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특히 북한인권 문제는 미국(2002)·일본(2004)에서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는 등 1948년 세계인권선언 이후 인류보편적 가치로서 문제제기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인식은 국제주의 시야를 갖지 못했다. 1972년의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른바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이란 사고방식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남북관계 개선’의 기준처럼 되어 있는 형편이다. 그동안 세계도, 대한민국도 모두 변했다. 한류문화는 세계를 휩쓸고 있는데, 남북관계 인식은 아직 ‘1970년대 말표 신발’이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고방식인가?

현 시기 한반도에는 사실상 ‘남북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문제’가 존재할 뿐이다. ‘북한문제’의 핵심은 전체주의 세습독재·북핵·북한인권이다. 유엔의 한반도 어젠다도 동일하다. 문 정권과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하면서 아무리 ‘우리민족끼리 쇼’를 해도, 그것은 사실상 ‘우리민족끼리’도 아니고 ‘우리정권끼리’에 불과한 것이다. 북한의 주인이 김정은 세습정권이 아니라 2400만 북한주민임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북정책도, 비록 적지 않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주민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은 북한인권 이슈를 대북정책의 우선과제로 위치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우리의 대북정책이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비로소 보편성·국제성을 획득한 대북정책이 된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통일부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국회에 보냈다. 여야가 각 5명씩, 정부가 2명을 추천해 12명의 이사가 모두 추천되면 재단 설립 요건을 갖추게 된다. 북한인권법이 2016년에 제정됐지만 당시 야당(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하지 않아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다.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데 10년, 북한인권재단 표류 6년째다. 이제는 더 이상 국회가 이사 추천을 미룰 명분도 실리도 없다.

‘자주·평화·민족대단결’ 남북공동성명이 나온 1972년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23달러, 지금은 3만5000달러다. 100배가 넘는다. 대북정책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이젠 확 바뀌어야 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