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오디토리엄에서 화상으로 열린 반도체법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오디토리엄에서 화상으로 열린 반도체법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

미국이 자국산 최첨단 반도체 제조장비의 대(對)중국수출 통제조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일본과 손잡고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협력한다.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면서 대만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의 외교·상무 장관의 ‘2+2 경제 대화’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금년 내 자국에 미·일 차세대 반도체 공동연구센터를 신설한다. 이화학연구소·도쿄대 등이 참가할 이 연구센터에선 회로 선폭 2나노(㎚, 10억분의 1m)의 최첨단 반도체를 연구하게 된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양산체제 구축이 목표다. 미·일은 지난 29일 워싱턴DC에서 첫 2+2회의를 열어 양자컴퓨터나 인공지능(AI) 실용화에 필요한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센터 건립에 합의했다.

나노 수치란 반도체 칩의 회로선폭 규격을 가리키는 것으로, 회로의 선폭을 가늘게 만들수록 더 많은 소자를 집적할 수 있어 성능 향상에 유리하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25일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을 통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일본 언론들은 미일의 차세대 반도체 공동연구개발이 대만의 유사시를 대비한 것으로 본다. "대만 유사시 미국과 일본에 반도체 공급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 대만 의존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게 경제 안보상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아사히신문). 10나노 미만인 첨단제품 생산능력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 등 대만 업체가 90%를 차지한다.

중국이 대규모 투자로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가운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전방위적인 對中 견제에 나섰다. 미 하원은 28일 2800억 달러(약 366조 원)를 투자해 반도체산업을 중점 육성하는 법을 처리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법이다. 2020년 전세계 15%였던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이 2030년 24%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2주 사이 미 상무부는 자국 내 모든 반도체 장비업체를 향해 14나노미터(nm·10억분의 1m) 공정보다 미세한 기술이 적용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말도록 공문으로 권고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의 핵심 반도체 업체 SMIC(中芯國際·중신궈지)에게 ‘10나노’보다 미세한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말라고 제한한 바 있다. 네덜란드의 ASML홀딩NV, 일본의 니콘 등에도 비슷한 요청을 했었다. 현재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중국의 반도체기업 상당수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에서 운영 중인 대만 반도체업체 TSMC 등도 첨단 반도체장비 도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봤다. SMIC가 현재 14나노 공정을, 중국 내 TSMC가 16나노 공정을 통해 제품을 생산 중이다. 한편 29일 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 속에,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법안 등록식에서 자국 내 반도체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2022년 반도체 생산 및 과학법’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법안 등록식에서 자국 내 반도체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2022년 반도체 생산 및 과학법’에 서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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