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7월 무역수지가 46억7000만 달러 적자를 보여 넉달 연속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
우리나라의 7월 무역수지가 46억7000만 달러 적자를 보여 넉달 연속 적자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

수입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마저 둔화되면서 무역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수지도 30년만에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7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9.4% 늘어난 607억 달러, 수입은 21.8% 증가한 653억7000만 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46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25억1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한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적자며, 적자폭도 전달의 25억7500만 달러보다 확대됐다.

무역수지는 지난 1월 적자로 출발한 뒤 올해 2월과 3월 각각 9억 달러와 2억1000만 달러의 ‘반짝 흑자’를 냈지만 4월부터 다시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추세다.

수입액은 지난해 6월 이후 14개월 연속 수출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면서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여파다. 특히 지난달 수입액은 에너지 수입이 급증한 영향으로 월 기준 최고를 기록했다. 월별 수입액은 올해 3월부터 5개월 연속 600억 달러대를 유지 중이다.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전년 동월의 97억1000만 달러 대비 87억9000만 달러 많은 185억 달러로 집계됐다. 에너지원뿐 아니라 산업생산을 위한 핵심 중간재인 반도체 수입도 전년 동월보다 25.0% 증가했고, 밀과 옥수수 등 농산물 수입액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처럼 무역적자 추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는 2008년의 -132억7000만 달러 이후 14년 만에 연간 기준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수출은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역대 7월 중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6월 16개월 만에 한 자릿수 수출 증가율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9.4%에 그치면서 수출 역시 둔화 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중(對中) 무역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대중 무역수지는 5억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적자가 지속된 것은 지난 1992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132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5% 감소했다.

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는 수출 둔화와 수입 급증이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해 저성장·고물가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 1분기에 전기보다 3.6% 증가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2분기에는 3.1% 줄었다. 7월 수입액은 1년 전보다 21.8% 늘었는데 물량 기준으로 보면 3.6% 감소했다. 이는 수입 급증이 대부분 단가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로 고물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금 원화가치가 약세임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가 안 좋은 것은 기본적으로 수출 여건이 안 좋기 때문"이라며 "수입 급증은 대부분 단가 상승이기 때문에 수입물가가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수지 적자의 지속은 금융시장도 불안하게 할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융시장은 무역수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무역수지가 적자가 났다는 것은 외환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는 것이고, 그러면 환율이 더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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