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이애란

최근 열대야 속 전국 여러 지역들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시민들의 불편이 잇따르고 관련 보도들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정전은 아파트 자체 전기설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TV 보도를 통해 주민들은 찜통더위 속에서 냉방시설은 물론이고 물도 사용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다고 말한다. 일부 화가 난 주민들은 관리사무소로 몰려가 항의하는 일도 있단다.

북한은 수십 년 동안 1년 내내 정전이고 1년 내내 단수 상태다. 그래서 강물이나 우물에서 길어먹거나 아파트 양수장에서 직접 길어 올려야 한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평양의 광복거리 30-40층 아파트에도 수돗물이 나오지 않는다. 주민들은 지하 1층 양수장에서 물을 퍼서 30층, 40층으로 20리터 물 양동이를 양손에 들고 계단을 올라야 한다. 북한주민들은 전기와 수도를 ‘명절 공급물자’라고 말한다. 명절 때만 잠깐씩 보내주기 때문이다.

북한주민들은 찜통더위 여름에도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켤 수 없다. 선풍기를 구하는 것도 어렵지만, 전기검열대가 수시로 전력사용량을 체크해 단속한다. 선풍기 등 가전제품을 쓰는 경우 전력낭비에 걸려 벌금을 낼 수도 있다. 그러니 아무리 뜨거운 열대야라도 자연의 횡포를 그대로 견디면서 여름을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더 고통스러운 것은 모기장까지 치고 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여름밤 모기장 속에서 땀을 질질 흘리며 잠을 설치던 때를 생각하면, 그곳이 바로 지옥이었구나 싶다.

전기가 끊어져 캄캄한 곳에서 물 부족으로 화장실 사용조차 마음대로 못하면서도, 북한주민들은 항의는 고사하고 불편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잠깐의 정전사태에 항의하는 주민들 모습을 보며 새삼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