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추경호 기획재정부장관은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재부 관할 350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기능조정, 조직·인력 효율화, 예산 효율화, 자산 정비, 복리후생 점검·조정 등 5개 분야에 걸쳐 혁신안을 제시했다. 민간·지방자치단체와 겹치는 기능 축소·폐지, 직무 난이도와 보수를 연계한 직무급 도입, 업무추진비와 경상비를 각 10%, 3% 이상 절감, 민영화나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지만, 현원을 초과한 정원을 감축하는 안 등이 들어있다.

공공기관에 대한 혁신안은 이명박 정부가 2008~9년 6차에 걸쳐 발표한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이후 처음이다. 그런데 그 개혁 강도는 약한 편이다.국회 의석수나 대선 표차를 고려하면, 1987년 이후 최강의 정부였던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같을 수는 없다. 설상가상 거대야당과 공공부문 노조가 연대해서 기득권을 사수하려 드는 상황에서, 최약체 정부의 개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는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잘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국민과 지지자들도 할 수 없는 것을 하라고 강요하는 우를 범하면 안 된다.

새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350개 기관보다 오히려 더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1,256개 지방공공기관 및 자회사, 협력업체들까지 주요 경영정보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단적으로 ‘대장동 게이트’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자회사인 ‘성남의뜰’의 불투명성에서 연유했다. 또 선진국의 공공기관 기능을 잘 연구해야 한다. 어떤 형태, 어느 정도의 인력과 비용으로 기능을 수행하는지 조사·비교해서, 개혁에 대한 지지 여론을 높이고 야당과 노조에 대한 비판 여론을 형성하도록 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수많은 부조리는 생존의 절박함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죽고사는 시장에서는 ‘혁신 가이드라인’ 같은 게 없어도 뼈를 깎는 혁신을 한다. 김대중·이명박 정부가 민영화와 경쟁체제 구축을 개혁의 핵심으로 삼은 배경이 그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본 해결책에 눈 감으면 안 된다. 그들에게 생존의 절실함을 부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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