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시작부터 ‘쇄신’을 못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가 맞다. 옛날에도 그랬다. 한고조 유방이 항우를 꺾고 천하통일한 다음엔 한신 등 일등공신들을 물갈이 해버렸다. 모택동이 대일(對日)전쟁과 국공내전에서 승리했지만 정권 수립 이후엔 엉망이었다. 인민공사·대약진운동·문화혁명 등 하는 것마다 실패했다. 권력을 쟁취하기 이전과 이후가 같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은 ‘새 것’을 원한다. 정치란, 적어도 현상적으론, ‘새 것’이 ‘낡은 것’을 대체해 가는 과정이다.

윤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중용했던 ‘윤핵관’들을 취임식 이후엔 내보냈어야 했다.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 낡은 사람들이 전면에 있으면 대중이 싫증낸다. 좋든 싫든 그렇게 하는 것이 고대 로마 때부터 내려온 대중정치의 속성이다. 권성동·장제원 등이 ‘알아서’ 외국에 나가주면 좋은데, 그런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토사구팽’(兎死狗烹)하는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권의 내구력은 매우 취약하다. 대통령이라도 압도적 지지가 필요한데 지지율이 너무 낮다. 정부를 위협하는 세력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다. 민주당·좌파언론·민노총·경기동부연합·전공노·전교조…. 여기에 친북·좌파단체는 수천 개다. 북한의 대남부서는 ‘제2광우병 난동’을 또 부추길 것이다. 친북좌파 세력이 난동을 부리기에 이명박 정부 초기보다 훨씬 환경이 좋다.

어떻게 할 것인가? 역사로부터 배우는 수밖에 없다. 당·정을 ‘새 것’으로 전면쇄신하고, 지지세력을 크게 넓히는 것이다. 이승만·박정희는 일단 논외로 치고, 우리 현대사에서 YS·DJ만한 정치가도 드물다. 지금 YS라면 하나회 척결·금융실명제 같은 ‘정치 대기획’을 하면서, 전면적 인사쇄신을 단행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경제분야에선 문재인 때 깽판 친 주택문제, 정치·사회분야에선 헌법위배 등 반(反)법치 세력에 대한 과감한 청산 등 ‘정치 대기획’을 모색해야 한다. 또 대중의 지지를 위해 먼저 ‘당정 자기 쇄신’이 절실하다. 대통령실은 새로 인사쇄신을 해도 아까워 보이는 인재들이 별로 없다. 특히 윤 대통령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자유보수 세력의 지지 복원이 절실한데, 현 시민사회수석실은 시민사회에 영향력도 없는 사람들이다. 빨리 바꿀수록 좋다. 휴가 중인 윤 대통령에게 과감한 ‘정치 기획’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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