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세자 행차때 의장대가 들던 상징 깃발. 유교적 군주의 미덕을 갖춘 상상의 동물 기린을 통해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8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기린기’가 선정됐다(국립고궁박물관).

조선시대 왕세자 행차 때 의장군(儀仗軍)이 들었던 깃발이다. 기린은 상상의 동물이다. 성품이 온화하고 어질어 벌레조차 밟지 않으며 돋아난 풀을 꺾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교국가의 이상적 가치를 구현할 군주, 특히 왕위계승자의 미덕을 상징한다.

말·사슴·용 등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데,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기린기는 노루 몸통에 용의 얼굴·비늘을 가진 모습으로 그려졌다. 소꼬리·말발굽과 함께 사슴과 사자를 연상시키는 뿔과 갈기도 가졌다.

1892년 고종의 궁중연회를 기록한 ‘진찬의궤’(進饌儀軌) 속 기린기 또한 이와 비슷한 모습이다. 박물관에 따르면 기린기는 약 3m 길이의 대나무에 끈으로 묶어 매달아 사용했다. 기수의 허리나 어깨에 고정 가능한 보조도구 봉지통(捧持筒)으로 깃발 무게를 지탱했으며, 비가 올 땐 우비를 씌우는 등 관리에도 신경썼다.

"조선시대 왕세자 행렬 시의 22종 35개 의장물 가운데 왕세자 의장에 쓰인 고유의 깃발로, 성군의 태평성대를 기대하는 마음이 담겼다"고 박물관 관계자가 설명했다. 어제 왕실의례 전시실에서 공개된 기린기는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 문화재청·국립고궁박물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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