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원유 끊어라' 美 통첩에 中이 못하는 3가지 속사정
'北원유 끊어라' 美 통첩에 中이 못하는 3가지 속사정
  • 전순태 베이징 특파원
  • 승인 2017.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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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순태/베이징 특파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도발에 나서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중국에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을 요구했다. 중국 역시 즉각 미국의 요구는 무책임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중국이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 제안에 별로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다소 예상 밖의 반응이다.

그러나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중국의 단호한 입장은 크게 이상하다고 보기 어렵다.

1일 중국 정보에 밝은 베이징 서방 소식통에 따르면, 지금 중국의 태도는 우선 경쟁 관계에 있는 같은 글로벌 대국 러시아와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 구도와 무관치 않다.

러시아가 미국의 원유 공급 중단 요구를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면서 일축하는 상황에서 자국만 굴복하는 모양새를 보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인규 베이징대학 교수는 “중국은 러시아와 유례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경쟁 심리도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의연하게 맞선 채 할 말을 하는 러시아와 달리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중국의 지금 입장은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조만간 G1 국가의 자리를 놓고 다툴 미국과의 기 싸움에서 져서는 안 된다는 오기 역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현재 중국은 무역 불균형 및 환율,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미국과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대응 논리에서 밀려서는 안 되는 입장에 놓여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중국이 미국과의 씨름에서 버겁기는 해도 크게 밀리지는 않는 형세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도 다소 지나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미국의 대북 원유 공급 차단 요구를 수용할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고 말한다. 각종 문제의 대응논리가 마치 도미노처럼 잇따라 무너지면서 수세에 몰리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다는 것이 양국 문제를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원유 공급 차단이 한때의 혈맹인 북한을 적대국가로 만들지 모르는 위험한 도박이라는 사실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양측은 외면적으로 여전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이나 속으로 부글부글 끓는다는 표현이 과언이 아닐 만큼 서로에 대해 감정이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을 차단한다면 그 다음의 그림은 그야말로 빤하다고 해도 좋다. 북한이 선전포고로까지 간주하고 상응한 조치에 나서는 것도 필연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원유 공급 차단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급속도로 감소시킬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부담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 경우 중국의 대한반도 영향력도 급속도로 약화돼 동북아 역내에서의 발언권이 유명무실해진다. 국제무대에서 G2로 자리를 확실하게 굳힌 중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 운 국면이 전개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핵 및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미국과 가능한 한 공조한다는 입장을 기회 있을 때마다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숨통을 끊어놓는 것이 가능한 원유 공급 차단 카드만큼은 끝까지 꺼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 및 미사일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jst@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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